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앞둔 홍명보 감독이 "전쟁이 시작됐다"며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3일 오후 성남종합운동장에 소집돼 훈련에 돌입했다. 오는 7~16일 경기도 용인 등에서 개최되는 동아시안컵을 대비한 소집이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오르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홍명보호는 11회 연속이자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상태다.
동아시안컵은 FIFA가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는 대회가 아니라서 해외파 차출이 어렵다. 이에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파 대신 K리거를 비롯한 동아시아 리그에서 뛰는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려야 한다.
이번 대회 엔트리는 총 26명인 가운데, 주민규(대전), 강상윤(전북), 모재현(강원) 등 K리거 23명이 포함됐다. 나머지 3명은 일본 J리그에서 뛰는 나상호, 오세훈(이상 마치다), 김태현(가시마)이다.
첫 소집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홍 감독은 "대회 특성상 다른 경기보다는 덜 주목받는 건 사실이지만, 감독으로서 선수들과 직접적으로 같이 훈련할 기회가 생긴 건 굉장히 좋은 기회다.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집중적으로 살필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들을 직접 가르쳐 보면서 어느 정도 기량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고, 테스트라는 명목하에 (월드컵을 향한) 전쟁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도 많다. 이호재(포항 스틸러스), 변준수(광주FC), 서명관(울산HD), 김태현, 강상윤(이상 전북현대), 모재현, 서민우(이상 강원FC), 이승원(김천상무) 등이 처음 A대표팀에 뽑혔다. 여기에 전북 김태현과 이름이 같은 J리거 김태현까지 총 9명이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에겐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홍 감독은 "지난 예선전부터 꾸준하게 관찰했다.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얼마나 짧은 시간에 팀에 적응하는지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특히 포지션 경쟁에서 주문하는 것을 얼마나 잘 따라오느냐가 중요하다. 아마 굉장한 집중력과 좋은 자세로 팀에 임할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부자(父子) 국가대표'도 무려 2명이라 눈에 띈다. 이을용 경남FC 감독의 아들 이태석(포항 스틸러스)은 최근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고 있지만, 이기형 옌볜(중국) 감독의 아들 이호재(포항 스틸러스)는 생애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다. 고 김찬기-김석원, 차범근 전 감독-차두리, 이을용 경남FC 감독-이태석(포항)에 이어 한국 축구 통산 4번째 부자 국가대표가 탄생한 것이다.
홍 감독은 "아버지의 명성을 넘고 싶을 것이다. 이태석은 팀에서 좋은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호재는 이번에 처음 들어왔고, 포지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격수 이호재에게 기대하는 점에 대해서는 "타깃 플레이에 능한 선수다. 최근 득점력이 주춤하지만, 대표팀에 처음 뽑힌 만큼 동기부여가 클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한편, 2003년부터 시작한 남자부 동아시안컵은 동아시아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로 4개국씩 참가해 풀리그로 우승팀을 가린다. 한국, 중국, 일본이 자동 출전하고, 남은 한 팀은 예선을 거쳐 결정하는 가운데, 올해는 홍콩이 한자리를 차지했다.
이 대회 역대 최다 우승에 빛나는 우리나라는 여섯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직전 2022년 대회에서는 개최국 일본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리나라는 오는 7일 오후 8시 중국과의 대회 개막전을 시작으로 11일 오후 8시 홍콩, 15일 오후 7시 24분 일본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차례로 대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