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 공사까지…빛 바랜 다대포 '30년 만의 재개장'

다대포 동측 해수욕장, 편의시설 아직 공사 중
한쪽에 각종 쓰레기 방치…우수관로엔 오물
인근 상인 "정비 안 돼…관광객 와도 부끄러워"

부산 사하구 다대포 동측 해수욕장이 30년 만에 재개장한 다음날인 2일 여전히 샤워장 등 편의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혜린 기자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동측 해변이 30년 만에 재개장했지만, 필수 편의 시설 공사조차 마치지 못하는 등 손님 맞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문을 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오전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동측 해변. 전날 개장한 백사장에는 천막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오가는 사람 없이 인명 구조요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건물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안전 펜스가 쳐져 있는 주위로 벽돌과 시멘트 등 공사 자재가 어지럽게 널려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건물에는 샤워장과 화장실, 임해행정봉사실 등 해수욕장 운영을 위한 필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개장 이후인 지금까지 공사는 '현재진행형'이다.

화장실 건물 뒤로는 이끼가 잔뜩 껴 형체를 알아보기가 힘든 물탱크와 폐가구 잔해, 호스 등 각종 쓰레기가 쌓여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백사장을 가로질러 바다까지 이어지는 우수관로에는 거품이 낀 혼탁한 물이 흘렀고, 바닥에는 생선뼈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잔해들이 가라앉아 있었다.

30년 만에 재개장한 부산 사하구 다대포 동측 해수욕장 한편에 쓰레기가 쌓여있다. 정혜린 기자
 
사하구 주민 김옥진(73·남)씨는 "해수욕장 개장했다고 해서 와봤는데 전혀 개장 분위기가 안 난다"면서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오려면 샤워장이랑 화장실이 가장 중요한데 아직 공사 중인 것 같다. 이번 여름 다 지나고 완성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정경숙(60대·여)씨 역시 "아직 정비가 미흡해 보인다. 샤워장이나 화장실도 그렇고 쓰레기도 쌓여있어 날도 더운데 냄새가 날 것 같다. 정비를 미리 다 해놓고 개장을 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재개장을 기대했던 상인들도 '반쪽짜리 개장'이라며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0대·남)씨는 "30년 만의 개장이라 역사적인 순간인데 정비는 엉망진창이다.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날짜 맞춘다고 급하게 개장한 것 같다"며 "우수관로에 생선 찌꺼기 같은 게 바다로 흘러나가는데다 샤워장이나 임해행정봉사실은 아직 공사 중이고 백사장과 해변가에 그늘막도 하나 없다. 관광객들이 와도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대포 동측 해안은 1990년대 중반까지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해수욕장이었지만, 잦은 태풍 피해와 연안 침식으로 백사장이 소실돼 운영이 중단됐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2016년부터 2단계에 걸쳐 방재 호안과 수중 방파제를 조성하고, 모래 4만 9천㎡를 투입하는 등 복원 공사를 벌였고, 올해 여름 30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30년 만에 재개장한 부산 다대포 동측 해수욕장 한가운데 흐르는 우수관로에 거품 낀 혼탁한 물이 흐르고 있다. 정혜린 기자

그러나 해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우수관로를 이설하지 않은 채 복원 공사를 진행해 논란이 일었다. 이 관로로 오물이 배출돼 관광객 안전과 수질에 대한 우려가 나왔으나, 이설은 끝내 이뤄지지 않은 채 관광객을 맞게 됐다.

부산 사하구는 개장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정비 등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부산 사하구 관계자는 "공사 중인 편의시설 건물은 17일 완공할 예정이며, 1층 샤워실과 화장실은 12일부터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화장실 옆 쓰레기 더미는 한 수산업자가 국유지를 임차해 쓰는 곳이라 강제로 정비할 수는 없지만, 주변에 있는 쓰레기는 치우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수관로 오른쪽 150m 구역만 수영 가능 구역으로 지정하고, 우수관로 쪽은 수영 불가 구역으로 지정해 안전요원을 배치해 관리하고 있다"며 "30년 만에 재개장을 준비했지만 미흡했던 부분이 있어 책임감을 느낀다. 백사장 파라솔 설치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해수욕장 관리도 계속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