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비대위' 택한 국힘…당권 노린 계파갈등 불가피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전까지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는 '송언석 비대위 체제'로 당을 운영하기로 선택했다. 친(親) 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송 원내대표는 이번 비대위는 관리형 비대위라고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환골탈태해 대안 정당이 되겠다고 쇄신 의지도 보였다.

하지만 송언석 비대위의 쇄신 의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간 당권 경쟁도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이미 '지도 체제 개편'을 두고선 계파간 이런 저런 말이 오가고 있다.

'범친윤' 송언석 비대위…당내 '쇄신 압박'은 계속될 듯

국민의힘은 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송 원내대표를 새 비대위원장으로 의결할 예정이다.

대구·경북(TK) 3선의 송 원내대표는 친윤계를 포함한 범주류로 분류된다. 새 비대위원에는 원내 박덕흠(4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군)·조은희(재선·서울서초구갑)·김대식(초선·부산사상구) 의원이 내정됐다. 원외에서는 박진호 김포갑 당협위원장과 홍형선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거론됐다.

송 원내대표는 이번 비대위는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전까지 당 사무를 관리할 관리형 비대위로 운영될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그는 전날 의원총회 직후에도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지도부가 결정될 때까지의 한시적인 의사결정 기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쇄신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짧은 기간이지만 당이 환골탈태해 투쟁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야당으로 거듭나는 의사결정 기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전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젊은 의원 중심의 혁신 TF라도 만들어 아이디어를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도부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도 "새 대표가 선출되면 혁신위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퇴임 기자회견에서 친윤계 의원들을 포함한 당 주류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대선 이후 당의 개혁에 몇 점을 주겠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빵점(0점)"이라고 답했고, 차기 지도부를 향해선 "탄핵의 강을 넘을 수 있는 리더십이 있길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계파간 당권 경쟁 본격화…'지도체제 개편'이 불씨?

연합뉴스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근 제기된 '지도체제 개편론'도 당내 갈등의 불씨다.

친윤계 등 당내 범주류를 중심으로 '집단 지도체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친한(한동훈)계에서는 벌써부터 "친윤계가 내세울 후보는 없고 송언석 비대위로 오래가기엔 부담스러우니 책임을 분산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단일 지도체제는 당 대표가 '원톱'으로 지도부를 이끄는 구조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한다. 반면 집단 지도체제는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권한을 나눠 갖고 선거도 한 번에 치러 최다 득표자가 대표최고위원이 된다.

한 친한계 의원은 "친윤계는 내세울 사람이 없으니 집단 지도체제로 가자는 것인데 구심점이 없어 오히려 개혁 동력을 잃고 결국 봉숭아학당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의원도 "집단 지도체제는 김무성·서청원 체제 때 실패한 체제"라며 "지금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도 당 개혁이 될까 말까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014년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이끄는 집단 지도체제가 출범한 바 있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연합 지도부는 불협화음을 해결하지 못하고 '봉숭아학당'이라는 비판 속에서 21대 총선에 대패했다.

국민의힘이 이미 계파간 갈등을 외부로 드러낸 상황에서, 지도 체제 변경 논의는 계파간 다툼을 더욱 심화할 수 있는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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