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기 인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문가, 외부 영입인재의 균형 배치로 풀이된다. 국정과제의 동력을 얻기 위해 당 대표 시절 호흡을 맞췄던 여당 의원들을 전진배치하는 동시에, 최우선 당면 현안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인 출신 등 전문가를 함께 기용한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영입한 인사들에 대한 배분 또한 고려했다.
절반이 현역의원…함께 일한 경험자, 측근 등 전진 배치
6월 한 달간 지명이 이뤄진 내각 인사는 모두 18명이다. 이 중 민주당 소속 현역의원은 8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29일 지명된 정성호 법무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첫 인사 발표였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김성환 환경부 장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은 능력과 행정 효능감을 강조하며 특별히 정치인 기용에 무게를 두지 않는 인사를 예고했다. 그럼에도 절반에 가까운 인사가 현역 의원으로 채워진 데는 국정운영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2차례에 걸쳐 연이어 민주당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당내 '일극체제'로 불릴 정도로 단단한 당 조직을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과반 의석을 가진 원내 제1당의 역량을 활용해 사회·경제·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어젠다를 만들고 입법 활동에 나섰던 만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인사들을 중용한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재명 1기 지도부 때는 정책위의장으로, 2기 지도부 때는 수석 최고위원으로 이 대통령과의 호흡을 자랑했다.
김성환 후보자의 경우 당 수석대변인과 정책위의장 등을 거치며 정책적 상상력을 이 대통령과 공유했고, 안규백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대선캠프 특보단장을 맡으며 일찌감치 첫 문민 국방장관의 기대감을 높였던 인물이다. 강선우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대표 시절 '입'인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원조 친명(친이재명)으로 불리는 측근 인사 또는, 2022년 대선부터 이 대통령을 적극 지원해 온 이해찬계 인사들의 중용 또한 눈에 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후보자와 이해찬계 중진 의원인 윤호중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정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중앙정계에 입문하기 이전부터 자주 소통하며 조언을 구했던 인물이자, 당 대표시절에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재명 정부의 주요 핵심과제인 사법개혁을 위해 결국은 '믿을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측근 조직인 '7인회' 소속이기도 한데, 7인회 중 김병욱 전 의원은 정무비서관으로, 김남국 전 의원은 디지털소통비서관으로 각각 대통령실에서 일하고 있다.
법무부, 검찰과 함께 사법개혁을 협업해야 할 행안부 장관에 지명된 윤 후보자는 대표적인 이해찬계 인사다. 2022년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원함은 물론, 지난 대선에서도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는 등 이 대통령이 신임을 보여왔다.
정동영 후보자 또한 이 대통령과 오랜 연을 가지고 있다. 정 후보자는 2006년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선거 출마 때 지원에 나섰으며, 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였던 2007년 대선 때는 이 대통령을 캠프 수석부실장으로 기용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 등에서 활동했던 정 후보자에 대해 지난해 복당을 허용했다.
늘공+기업인 고루 배치한 경제부처…안정감·성장 모두 기대
경제 관련 부처의 인선은 '늘공'(늘상 공무원)과 전문가의 혼합 배치로 요약된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과 호흡을 맞추며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는 기재부 늘공 출신인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이 지명됐다.
구 후보자는 과거 민주당 정권과의 연도 깊지만, 김 실장과 행정고시 2기 선후배 관계로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으며, 기재부 정통관료 출신인 만큼 향후 예상되는 조직개편 후폭풍 또한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여러 기대감을 받고 있다.
반면 '먹거리'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산업 관련 부처에는 기업인들이 대거 기용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는 배경훈 LG AI(인공지능)연구원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는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는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이사가 각각 지명됐다.
기업인들의 전진배치는 글로벌 위기 속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산업부는 탈원전 등 특정 정책 방향보다는 효율성을 우선으로 판단한 '에너지믹스'를 위해 사실상 원전 홍보대사였던 김 후보자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기부의 경우 핵심 미래 먹거리인 AI에 방점을 뒀고, 중기부는 대기업 출신인 한 후보자를 통해 업계 전반의 효율성 제고를 꾀한 포석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신설한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으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을 임명해 AI에 힘을 줬다.
영입인재는 장점과 국정과제 맞춰 적재적소
지난 대선을 통해 영입된 인사들 또한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에 기반해 고루 배치된 것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 극복의 아이콘인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의료인 출신이자 관료 출신인 정 후보자의 경험을 활용, 의료대란 극복 등 의료 정상화에 힘쓰겠다는 포석이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권오을 전 의원 등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합하는 인사로 여겨진다.
이 후보자는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이는 서울을 제외한 9개 지역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골자로, 비수도권대 출신이자 출신학교에서 총장을 맡았던 이 후보자의 삶의 궤적이 공약 이행에 적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노동계 출신인 김 후보자 기용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이 대통령의 국정 기조와 맞닿아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주4일제를 공약했는데, 김 후보자는 주4.5일제를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가보훈부에 권 후보자를 배치한 것은 보수적 가치가 짙은 보훈의 특성을 고려한 배분이라는 평가다. 권 후보자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의원을 지냈고, 출신지역 또한 보수색이 강한 TK(대구·경북)다.
남은 곳은 국토·문체…"국정 동력 고려해 현역의원" 전망
아직 장관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부처는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다.여권 내에서는 부동산 안정 등 시급한 현안에 직면해 있는 부처인 만큼 현역 의원 발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민주당 친명계 의원은 "이 대통령의 초반 국정운영과 개혁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함께 힘을 실을 수 있는 현역의원이 적임자"라며 "인사청문회의 안정적인 통과를 위해서도 현역의원이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