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후임자를 찾지 못한 가운데 송언석 원내대표가 직접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계엄 프레임', '친윤(친윤석열)계 주도 계파 정치', '영남 중심당'이라는 세 고리를 모두 끊지 못한 채 쇄신의 물꼬조차 트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언석 겸직' 무게…내달 1일 확정할 듯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30일 의원총회를 열어 송 원내대표를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고, 내달 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비대위원은 원내외 모두에 열어놓되, 원내 인사는 초선·재선·중진 등으로 균형 있게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 위원장의 임기가 30일 종료되면서 새 비대위를 띄워야 하지만, 오는 8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임기가 두 달도 안 되고 실권도 없는 '관리형 비대위'라는 한계 탓에 새 비대위원장을 찾지 못했다.
당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은 송언석 원내대표가 본인을 지명하는 분위기"라며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할 만한 사람은 차라리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하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송 원내대표가 영남 주류라는 점에서 '영남 중심당' 프레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그는 지난해 12월 국회에 있었지만 비상계엄 해제 결의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지난 1월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의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지난 행보 탓에 '계엄 프레임', '친윤계 주도', '영남 중심당'이라는 기존의 세 고리를 끊기는커녕 오히려 당이 쇄신의 물꼬조차 트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김 위원장은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와 '대선 후보 교체 시도 관련 당무감사' 등을 포함한 5대 개혁안을 내놨지만, 당 주류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치게 됐다. 송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혁신 드라이브에 힘을 싣기보다는, 별도로 혁신위원회를 꾸려 당 쇄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 관계자는 "송 원내대표도 처음부터 직접 비대위원장을 겸임할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대안이 없지 않느냐. 지역으로 재단하기보다 결과를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원내대표 선출 직후 "혁신의 목표는 다시 전국 정당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핵심은 수도권의 민심 복권이다. 특히 인천, 경기 지역의 민심을 면밀히 분석하고 정책적으로 타켓팅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당대회 준비·내부 혁신 과제 안은 새 비대위
새 비대위는 전당대회 준비와 내부 혁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출발한다. 특히 전당대회의 구체적 시기와 선출 방식을 포함한 지도체제 전환 여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할지를 두고 당내 의견은 갈린다. 단일지도체제는 당 대표가 '원톱'으로 지도부를 이끄는 구조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한다. 반면 집단지도체제는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권한을 나눠 갖고, 선거도 한 번에 치러 최다 득표자가 대표최고위원이 된다.
집단지도체제를 둘러싸고는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주류 세력에서는 거대 여당에 맞서려면 '대표급' 인사들로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문수 전 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등은 주류의 기득권 연장 시도로 보고 부정적이다. 특정 후보의 당권 장악을 막으려는 당 주류의 '꼼수'라는 것이다.
반면 "단일지도체제라면 김문수, 한동훈 등 유력 후보들이 출마를 주저할 수 있으니, 집단지도체제로 이들의 출마를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전당대회에서 패하면 끝인 단일지도체제와 달리, 집단지도체제는 최고위원으로 남거나 지방선거 패배 책임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논의는 당헌·당규 개정이 필요한 만큼, 새 비대위 체제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송 원내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도 곧 출범한다는 방침이지만, 역시 인선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민의힘은 혁신위를 띄워 '쇄신'을 외치지만 내부에서조차 "꿈틀대는 기류가 전혀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총선이 많이 남아 다들 위기감이 별로 없다. 지방선거까지는 계속 이럴 것 같다"고 전망했다.
물론 전당대회를 전후로 쇄신의 동력이 조금씩 생기지 않겠느냐는 낙관론도 있다. 집단지도체제 전환, 혁신위 출범 등 새판 짜기가 새 비대위 출범을 계기로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