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조사를 시작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비화폰 기록 삭제 관여 혐의,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관련 의혹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당초 요구했던 비공개 출석 요구를 철회하고 공개 출석했지만, 특검을 향해 "정치적 목적 수사를 분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란특검은 28일 오전 10시14분 서울고검 청사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시작했다.
이날 9시50분쯤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를 출발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차량에 탑승해 오전 9시54분쯤 특검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했다.
윤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은 지하 2층으로 향하지 않고 서울고검 현관이 있는 언덕을 올랐다. 전날까지 윤 전 대통령 측은 지하 2층을 통한 비공개 출석을 요청했는데, 특검은 이에 대비해 지하 2층 출입구 차단기를 잠근 상태였다.
언덕을 오른 차량은 서울고검 현관 앞에 정차했고 곧바로 윤 전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렸다. 짙은 파란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 빗어 넘긴 머리의 윤 전 대통령은 내내 정면을 응시하며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조사에 입회하는 김홍일·송진호·채명성 변호사가 뒤따랐다.
윤 전 대통령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있나" "조 특검을 8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만났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답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친정인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으로는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여섯 번째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비화폰 기록 삭제 관여 혐의,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관련 의혹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은 조사 내용이 방대한 점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추가 소환할 계획이다. 이날 심야 조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개 출석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에 대해 "절차적 다툼으로 진실을 밝히는 것에 장애가 생겨서는 안 되기에 금일 조사에 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검을 향해 "허위와 왜곡으로 가득찬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분쇄할 것"이라며 엄포를 놨다.
대리인단은 "특검은 문재인 정부가 폐지한 포토라인과 유사한 공개 소환 방식을 강요했다"며 "피의자 인권보장 문제를 언론에 노출돼야 한다는 자극적인 사진 한 장으로 무마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말장난과 존재하지 않는 사실로 전직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하겠다는 것은 수사가 아니라 조작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법치주의 수호를 최우선에 뒀던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의 조작 시도에 대해 명백히 지적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