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훈님'서 '장관님'으로?…LG AI연구원의 비밀

'원장님' 대신 '경훈님'…직급, 서열 없고 철저한 성과 평가
출범 당시 70명이던 연구원, 5년 만에 300여명으로 늘어
국내 최초 자체개발 추론AI모델 '엑사원' 공개 등 성과

LG AI연구원 임직원들이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LG 제공

이재명 정부의 첫 과학기술정책 수장으로 LG AI(인공지능)연구원 배경훈 전 원장이 발탁된 가운데 그가 몸 담았던 LG AI연구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수평적 조직 문화와 성과 중심주의로 국내 최초 자체개발 추론 AI모델인 '엑사원'을 공개하는 성과를 거뒀는데, 이런 문화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직급 없고 호칭은 '님' 통일…원장, 랩장 등 조직장 최소화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 AI연구원은 설립 초기부터 직급 없이 '님'으로 부르는 문화를 채택했다. IT업계 등을 뺀 국내 주요 대기업 내에선 이례적인 시도로 LG그룹 내에서도 드문 문화다.

이는 과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배경훈 전 원장이 주도했다.  AI연구원 내부에선 배 전 원장 역시 '원장님' 대신 '경훈님' 호칭으로 불렸다.

조직 체계도 단순하다. 원장과 랩(Lab)장, 유닛(Unit)장 등 최소화되어 있다. 연구원들은 특정 랩 소속이지만 해당 랩에서 진행하는 연구만 하지는 않는다. 각자 전문분야가 있고 다른 랩에서 진행하는 연구라도 자신의 전문분야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라면 참여한다.

호칭과 단순한 조직체계 등을 시작으로 구성원들이 아이디어나 의견을 격의 없이 제시하고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원장과 연구원, 랩장과 연구원 등 모두 수직적이기보다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화가 혁신이 필수적인 R&D(연구개발)에서 시너지를 내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AI LG AI연구원은 AI원천기술 확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산업에 적용해 성과를 거두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운영되고 있어 AI 역량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고루 포진해 있다는 점 역시 다른 조직과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LG AI연구원은 AI 원천기술 확보부터 실제 산업 현장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기술 역량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데이터와 실무 환경을 풍부하게 갖췄다는 점이 LG AI연구원의 장점이자 강점"이라고 말했다.

평가는 철저한 성과 기반…대리급 연구원이 임원급 연봉 가능


조직 문화는 수평적이지만 평가는 철저하게 이뤄진다. 변동급인 성과급은 '연봉 100억원 샐러리맨 신화'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성과만 낸다면 대리, 과장급 연구원도 임원급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고급 인재 유치를 위해 임금 체계나 근무 환경도 LG그룹 계열사와는 다르게 설계됐다. 논문 실적 등에 따라서 편차는 크지만 박사급 연구원의 경우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 랩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따라서 다르지만 재택 등 근무 형태도 LG그룹 다른 계열사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AI조직 중 일부는 설립 이후 인재 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지만 LG AI 연구원은 이런 어려움 없이 조직을 확대해왔다"고 전했다.

㈜LG 구광모 회장 주도로 설립된 AI연구원은 지난 2020년 12년 출범 당시 70명 규모였지만 5년 만인 현재는 300여명 규모로 성장했다.

괄목할만한 성과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2020년엔 컴퓨터 비전 분야 최고 학회인 CVPR이 주관한 지속학습 경진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다음해 2021년 스탠퍼드대 SQuAD 경진대회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021년 12월엔 국내 최대 규모의 AI 모델인 '엑사원(EXAONE) 1.0'을 선보였고, 올해 3월에는 국내 최초 추론 AI인 '엑사원 딥(EXAONE Deep)'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발표한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한국 AI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것은 LG AI연구원의 '엑사원 3.5'이다.

LG AI연구원 성장 및 성과 뒤엔 '경훈님'이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업계에선 LG AI연구원의 이런 성장과 성과의 배경엔 초대 원장으로 임명되어 최근까지 조직을 이끈 배경훈
전 원장의 역할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배 전 원장은 정계 인연은 특별하게 없지만 LG AI연구원의 성과 및 정책 간담회 등을 통해 AI산업 육성 비전을 꾸준하게 전달해왔는데, 이런 점이 이재명 정부의 AI산업 정책을 이끌 초대 과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배경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배 전 원장의 후임인 차기 LG AI연구원장은 아직은 윤곽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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