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첫 시정연설을 위해 26일 국회를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본회의장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박찬대 의원이었다.
회의장에 있던 국회의원 300명 중 주출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 박 의원이 서 있었기 때문.
의원 시절 이 대통령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박 의원과 함께 회의장 맨 뒤 중앙, 주출입구와 가까운 이곳에 나란히 앉았었다.
이날 국회에서 간만에 박 의원을 만나 '90도 인사'를 받은 이 대통령은 파안대소하며 악수를 건넸다. 박 의원 뒤에는 이 대통령을 반기는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기립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 장면을 상당수 여당 사람들은 눈 여겨 봤다고 한다. 박 의원이 '이재명의 곁을 지키겠다'며 차기 당대표 선거에 뛰어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최근 박 의원을 포함한 전임 민주당 원내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을 추진하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취소한 바 있다. 이는 전당대회 관여라는 오해를 차단하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박 의원의 전당대회 캠프 측은 두 사람이 악수와 함께 짧은 환담을 나누는 장면을 편집해 유튜브에 게시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님께서 가장 먼저 인사한 사람은?'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렇게만 보면 박 의원과 전당대회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정청래 의원이 시정연설 국면에 다소 소외됐다는 인상을 풍길 수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사실 이보다 앞서 있었다. 정 의원 페이스북에 따르면 그는 아예 이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국회 본청 2층 입구 앞으로 마중 나가 있었다.
덕분에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은 물론 본청 입구 안쪽에서 기다리던 우원식 의장보다 이 대통령을 먼저 만났다.
이 대통령이 멋쩍은 듯 "하하하. 선거운동 잘 되고 있어요? 나는 한 표밖에 없어요"라고 언급하자, 정 의원은 "아닙니다. 많이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또 "상대 후보는 어디 갔어요?"라고 묻자 정 의원은 "안 왔어요. 하하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본회의장 의석이 박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석에 위치한 정 의원이 재치 있게 선수를 친 셈이다.
시정연설 이후에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본회의장을 퇴장하던 이 대통령은 출입구 앞에서 박 의원을 다시 만났다. 이때는 박 의원 옆에 어느새 정청래 의원이 찾아 와 함께 서 있었다.
이 대통령은 두 사람과 각각 악수한 뒤 별안간 박 의원과 정 의원이 서로 악수를 하게 했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두 의원 팔을 쓰다듬으며 격려했다. 이 장면을 지켜 본 장경태 등 주변에 있던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크게 웃었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며 "이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새로운 팀 '당정대 원팀'을 함께 이끌어 갈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