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방예산은 GDP(국내총생산) 내 비중도 높은 편이지만 정부 지출에서 차지하는 규모 면에선 주요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국제통계 전문 사이트인 '글로벌이코노미닷컴'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대비 국방비는 2022년 기준 2.72%로 G20 국가 중 4위를 점했다.
사우디아라비아(7.42%)와 러시아(4.06%), 미국(3.45%)이 우리보다 높았고 영국(2.23%), 프랑스(1.94%), 중국(1.6%), 일본(1.08%)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 지출 대비 국방비로 따지면 순위가 크게 달라졌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10.57%로 사우디아라비아(27.79%)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미국은 통계에서 빠짐).
미국 등을 제외한 18개국 평균(5.77%)의 거의 2배에 달하며, 영국(5.29%), 중국(4.79%), 프랑스(3.43%), 독일(2.75%), 일본(2.53%) 등과는 큰 격차가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통계로는 정부 지출 대비 국방비 비중이 매우 높은 미국도 우리 수준에는 못 미쳤다. 미국은 2021년~2023년 매년 9.1%를 기록한 반면 우리나라는 각각 9.7%, 11.2%, 11.3%에 달했다.
국방비 비중은 국력의 대표적 지표인 GDP 대비 기준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실제 지출 가능한 예산·재정 대비 기준이 현실적으로는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6일 "코로나19로 한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10%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국방 투자의 중요성을 국가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주요국보다 현저히 높은 정부 지출 내 국방비는 미국의 국방비 5%(GDP 대비) 배정 요구에 대응하는 논리적 명분이 될 수 있다.
사회·경제 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바뀌면서 복지나 지방교부금 등 경직성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선 지금의 2배 수준의 국방비 증액은 재정적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종구 국회예산정책처 행정예산분석과장은 "증세나 국채 발행 등 추가 재원을 마련하지 않는 한 현 구조 안에선 국방비 증액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최근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방비는 매우 높은 나라라고 했고, 외교부는 "국방비는 국내외 안보 환경과 정부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우리가 결정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명분과 현실에도 미국이 우리 입장을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정교한 대안과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미국을 어느 정도 이해시킬 수는 있겠지만 미국은 어떻게든 한국의 기여를 요구할 것"이라며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이나 조선 협력 등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상호 윈-윈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NATO)의 '직접 군사비 3.5% + 간접 비용 1.5%' 방식을 원용해 우리나라도 간접 비용 항목을 늘리고 이를 K-방산 육성에 투자하는 방식도 추진해볼 만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