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면 망치 들었습니다" 2년간 내 손으로 지은 교회

<로드인터뷰_사람꽃>아둘람교회 박현모 목사
무용 전공자가 지은 26개월의 예배당
"교회를 지으며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보게 됐어요"
문턱이 낮고, 지역을 섬기며, 선교하는 교회가 되길

자료사진

◆김영미> 아둘람교회를 '혼자' 지으셨다는 말이 맞습니까.
 
◇박현모> 100% 혼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95% 이상은 혼자 했습니다. 2023년 4월 기공 예배를 드리고, 그 다음 날부터 공사를 시작했어요. 벽돌 하나, 목재 하나, 전기, 수도까지 대부분 스스로 배워가며 시공했습니다. 도저히 혼자 할 수 없는 공정이 있을 때마다 신기하게도 누군가가 딱 나타나 도와줬습니다. 도움을 요청한 것도 아닌데 그 순간 필요한 사람이 오는 걸 보고 '이게 은혜구나' 생각했습니다. 총 26개월 동안 매일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거의 매일 공사를 했습니다.
 
◆김영미> 건축의 경험이 있습니까.
 
◇박현모> 저는 발레를 전공한 사람입니다. 공구를 잡아본 적도 없고, 건설 관련 경험은 전혀 없었죠. 아르바이트도 무용학원에서 했고요. 그러니 모든 게 처음이었습니다. 톱질, 용접, 미장, 목공 모두 생소했고, 몸으로 배우며 해나갔습니다. 포클레인이나 콘크리트 작업 같은 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그 외에는 기초부터 스스로 익히며 진행했어요. 하나님이 하라고 하셨다는 믿음, 그 하나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김영미> 어떻게 교회를 짓게 됐나요.
 
◇박현모> 2022년 10월, 제주도에 개척지를 알아보러 내려왔습니다. 2주간 차를 몰고 3,500km 이상 제주 전역을 돌았습니다. 매일 기도하고, 땅을 밟으며 '하나님 오늘은 어디로 갈까요' 묻고 길을 나섰어요. 그런데 마음에 드는 땅이 있어도 임대료가 너무 비쌌습니다. 교회 임대도 해야 하고 가족이 살 집도 필요했는데 감당이 안 됐죠. 그런 현실 앞에서 마음이 무너졌지만, 그 순간 하나님께서 '너는 지어라'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가진 것도, 지식도 없었지만, 순종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겁니다.
 
◆김영미> 건축의 시간은 목회자로서 어떤 의미였습니까.
 
◇박현모> 돌이켜보면 '열정의 시간'이었습니다. 흔히 교회 안에서 열정이라는 말을 잘 안 쓰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시간을 통해 진짜 하나님을 향한 열정을 불태워봤다고 생각해요.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오늘은 뭘 해야 할까, 어떻게 지어야 하나님께 기쁨이 될까' 고민했습니다. 저녁이 되면 다음 날 할 일을 준비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어요. 24시간이 하나님 생각뿐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사역, 일정, 사람에 집중하느라 하나님께 집중하는 시간은 많지 않았는데, 그 기간만큼은 오롯이 하나님만 바라봤습니다.
 
태양광 공사중인 박현모 목사. 본인 제공

◆김영미> 그 과정을 통해 어떤 내면의 변화가 있었나요.
 
◇박현모> 많이 차분해졌고, 느긋해졌습니다. 예전엔 성과 중심적이었고, 일 중심적인 성향이 강했어요. 빨리 끝내고, 효율적으로 하려 했죠. 그런데 공사는 제 맘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자재가 안 오고,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서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일이 안 될 때 좌절하기보다 '하나님께서 멈추게 하셨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하나님보다 앞서지 않으려는 훈련의 시간이었습니다.
 
◆김영미> 아둘람교회가 지향하는 모습은 어떤 건가요.
 
◇박현모> 첫째, 문턱이 낮은 교회입니다. 누구나, 어떤 모습으로든 들어올 수 있는 교회요. 모태신앙이라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세상의 재미에 취해서 자주 술을 마셨어요. 그러던 어느 술 취한 새벽에 교회를 너무 가고 싶은 거예요. 근처의 교회를 찾았지만 교회의 엄숙함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포기한 적이 있어요. 그런 경험이 있어서 저는 누구나 환영받는 교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둘째, 지역을 섬기는 교회입니다. 이곳 신촌리에는 노인회관이 있는데, 연로하신 분들이 밥도 짓고 설거지도 하세요. 언젠가는 우리 교회에서 봉사팀을 만들어 그분들을 돕고 싶습니다.
 
셋째, 선교하는 교회입니다. 아직 성도는 많지 않지만, 언젠가 선교사를 파송하고 그 사역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교회가 되고 싶어요.
 
◆김영미> 신촌리는 어떤 지역이고, 복음적으로 어떤 필요가 있다고 느끼십니까.
 
◇박현모> 동수동, 이 동네는 비교적 부유한 편입니다. 땅도 있고, 재산도 있는 분들이 많아요. 세상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죠. 그런 지역일수록 하나님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풍요가 영적 허기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질은 있어도 마음이 공허한 분들, 외로움 속에 있는 분들. 그분들에게 진짜 생명 되시는 예수님을 전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동수동 일대엔 저희 교회가 처음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이곳에 우리를 보내셨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직접 지은 아둘람교회. 박현모 목사 제공

◆김영미> 봄 노회 때 합동제주노회에 정식 가입하셨죠. 사회부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요.
 
◇박현모> 네. 사회부는 도움이 필요한 교회를 직접 찾아가 창고를 짓거나 데크를 만들어드리는 등 실질적인 봉사를 합니다. 저에게는 이미 교회를 짓기 위해 마련한 수백만 원어치 공구가 있습니다. 원래는 중고로 팔려고 했지만, 하나님께서 다시 쓰실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남겨뒀습니다. 언제든지 부르시면 그 공구를 들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합동노회 소속 교회를 지금 돕고 있지만 앞으로는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영미> 준비 중인 사역이 또 있다면요.
 
◇박현모> 말씀 묵상 영상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주 자연을 배경으로 짧은 묵상을 나누는 콘텐츠입니다. 3~4분 분량으로, 출근길이나 산책 중에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영상이 될 겁니다. 단순한 설교나 강의가 아닌,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묵상을 나누고 싶어요. 힘들고 지친 분들에게 힘이 되는 얘기들을 편안하게 나누고 싶어요. '오늘 당신을 힘들게 한 사람에게 껌 하나를 건네보세요.' 이런 소박한 실천도 권면하고요. 이런 실천에서 하나님의 사랑이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이 사역을 통해 제주의 아름다움도, 하나님의 말씀도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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