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열린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5일 끝내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김 후보자가 국민의힘이 요구했던 자료를 자정까지도 제출하지 않으면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회의는 재개되지 못하고 결국 산회됐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두고도 여야간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고 있다"며 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충분히 소명했다"며 국무총리 인준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자료 또 미제출, 못 참아" vs 민주 "장롱 6억 사과하라"
국민의힘 간사 배준영 의원은 이날 오후 의사진행 발언에서 "어떤 자료도 받아보지 못했다"며 "이렇게는 청문회가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자료를 꼭 받아서 제출해달라"며 "안 그러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차원의 청문보고서 채택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압박성 발언으로 해석됐다.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에게 △처가 생활비 지원 2억 원 관련 증여세 납부 내역 △불법정치자금 추징금 관련 2024년 납부 내역 △2025년도 사인 간 채무 변제 관련 대출·상환 자료 △칭화대 석사 학위 취득 관련 출입국 기록 및 성적표 등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자료 중에는 전날 김 후보자가 정보제공에 동의한 항목도 포함됐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은 "어제 본인 명의 금융 계좌이기 때문에 제출하겠다고 했는데, 오늘 와서 제출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김희정 의원도 김 후보자와 인사청문회 준비단, 보좌직원들을 겨냥해 "위원들이 질의하는 순간에도 계속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여러 번 보였다"며 청문회 태도 문제까지 지적하고 나섰다.
김 후보자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시절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보건복지위 유관기관으로부터 찬조금을 수수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곽 의원은 "이런 부분은 인사청문회 영역을 넘어서 수사 영역으로 가야 한다"며 "검찰이나 공수처가 수사하지 않는다면 특별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출입국 기록과 관련해 "이미 법무부에 (정보제공을) 동의해서 제출하도록 했다"고 밝혔고, 대출·상환 내역에 대해서는 "(후원자 강모씨와) 인간적 관계가 어떻든 그분에게 돈을 빌려서 이자를 갚고 원금을 갚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판기념회 찬조금 의혹에 대해서는 "법 규정에 어긋난 점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로 청문회를 정치공세화하고 있다며 반격에 나섰다. 채현일 의원은 "공적 지위를 이용해 부정한 검은 돈을 받은 것처럼 몰아세우고 악마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후보자는 어제 충분히 소명했다. 그런데 오늘까지 일방적 주장만으로 계속 반복하고 트집 잡고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과 김 후보자는 특히 주진우 의원의 '장롱 6억'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전용기 의원은 "조작된 프레임으로 후보자를 '현금 6억 원을 장롱에 쌓아 놓은 사람'이라고 매도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 프레임이 지금까지 유효하다"며 "그런 방식으로 후보자를 비난해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려고 하는 행위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도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의 오인을 가져왔다고 생각되는 청문위원들의 대외적 발언, 공표 행위에 대해서 시정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고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힘이 제기한) '10대 의혹' 시정에 도움이 될 것인가 회의를 갖고 있다"고 했다.
자료제출 놓고 결국 파행…與 단독 보고서 채택 강행하나
청문회는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4시 35분쯤 정회됐고, 여야가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제기와 자료 제출 등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다 결국 파행됐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둘러싼 여야 합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국민의힘은 청문회 내내 쟁점이 된 '자료 미제출'에 대해 "참을 만큼 참았다"며 약속된 자료가 제출될 때까지 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국민의힘은 (청문회에) 성실히 임하고자 하는데 김 후보자는 사실상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청문회를 보이콧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6억 원 장롱' 발언 등과 관련해 "청문회 전부터 (후보자가) 6억의 돈다발을 장롱에 쟁여놨다는 표현이 야당 청문위원 SNS에 올라왔고, 이런 문구가 그대로 인용된 현수막이 여러 곳에 게시됐다"며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부터 해야지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밤 국민의힘은 공식 입장을 내고 "결국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특위에 밤 12시까지, 본인이 제출을 약속한 핵심자료(대출 및 상환 자료 2건, 증여세)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후보자는 내일이라도 해당 자료를 제출해달라. 그래서 청문회가 재개될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여야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다만 여야가 끝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인사청문특위에서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단독으로 보고서 채택을 강행할 수 있다. 국무총리는 국회 본회의 인준 절차를 거쳐야 임명되지만, 범여권의 의석 수가 압도적인 만큼 김 후보자의 임명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