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대형마트 휴업일' 논란에…"요즘엔 쿠X에서 사죠"

마트 휴업일 '평일이냐 공휴일이냐' 갑론을박
與 오세희 '공휴일 의무로 법 개정'에 논란 점화
전문가들 "온라인·오프라인 경쟁 환경 감안해야"

6월의 넷째주 수요일이던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대형마트가 정기 휴업일로 닫혀 있다. 이원석 기자

'매주 일요일 정상영업-2번째, 4번째 수요일 휴무.'

6월의 넷째 주 수요일이었던 25일 오후 방문한 관악구 남현동의 한 대형마트 입구엔 셔터가 굳게 내려가 있었다. 마트 앞쪽엔 정기 휴업일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크게 붙어 있었다. 관악구는 지난 2월 조례를 개정해 당초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이었던 휴업일을 둘째, 넷째 주 수요일로 변경했다.

이날 취재진이 닫힌 마트 문 앞에 머물렀던 약 1시간 동안 10명의 시민이 장을 보러 왔다가 닫힌 입구를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 마트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다 막힌 진입로에서 핸들을 돌려 나간 차량도 10대가 넘었다.  

세일하는 상품들을 구입하러 마트에 들렀다는 이우철씨(84·남)는 얼마 전 휴업일이 바뀐지 미처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씨는 마트 휴업일 제도에 대해 "정부에서 하는 거니까 불만은 없다"면서도 "일요일날 쉬는 줄 알았는데 수요일날 쉬는지는 몰랐다. 오늘 헛걸음을 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마트 휴업일이 공휴일에서 평일로 변경된 것에 대해 시민들 반응은 엇갈렸다. 동작구에서 장을 보기 위해 들렀다는 50대 여성 이모씨는 "주로 장을 평일에 본다. 주말에 쉬는지 알았는데 불편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트 앞을 지나던 한 70대 여성은 "여기 마트를 자주 오는데 이제 일요일에 쉬지 않으니 좋다. 토·일요일에 장 볼 게 많다"고 말했다.

종종 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는 30대 남성 남모씨는 '마트가 닫혔는데 필요한 건 어디에서 살 계획인가'라고 묻자 "요즘엔 마트에 안 와도 쿠X(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산다. 하루면 오기 때문에 편하다"고 답했다. 마트 근처에 거주한다는 20대 여성 한모씨는 "다른 날 오거나 인터넷에서 살 거 같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도 "효과 있는지 따져봐야" 신중론

시행된 지 12년여 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최근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월 2회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반드시 공휴일로 지정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해지면서다. 이해관계자 및 시민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나뉜다. '주변 소상공인과 마트 근로자를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소비자의 선택권과 기업의 영업권을 침해할 수 있다' 등의 의견이 맞부딪히고 있다.

지난 2012년 처음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지원, 마트 근로자의 건강·휴식권 보장 등을 위해서 도입됐다. 원칙적으론 휴업일을 공휴일로 정하도록 했으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재량권을 활용해 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많은 지자체가 대형마트 휴무일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지정하고 있다. 업계와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30~40%의 지자체는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에선 관악구를 포함해 서초구·동대문구·중구가 평일을 휴업일로 정했고, 고양·파주·의정부 등 경기도의 다수 지역, 그리고 대구 전체, 부산 전체도 마찬가지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던 원칙을 폐지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최근 몇 년 사이 다수 지자체도 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거나 검토하는 추세였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새롭게 들어서면서 다시금 논쟁이 불거졌다. 민주당의 오세희 의원이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마트 휴업일을 의무적으로 공휴일로 하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 "우리 당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오 의원은 지난해 9월 24일 지자체장들이 대형마트의 휴업일을 반드시 공휴일로 지정하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법안엔 같은 당의 박홍근·서영교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또 민주당은 지난 3월 발표한 '민생분야 20대 의제'에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하는 의제가 포함되기도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나 마트산업노조 등은 휴업일 공휴일 지정이 "최소한의 규제"라고 강조하며 적극 환영했다. 반면 반대 의견이 여당 내에서도 나왔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SNS에 "평일에 장 보기 힘든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직장인 중심 소비층에 공휴일은 필수 소비 시간"이라며 반대의 뜻을 냈다. 같은 당의 장철민 의원도 "많은 주민이 불편을 감수할 만큼 제도의 효과가 나오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일단 법 개정 추진 계획에 대해 "당론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

"온라인·오프라인 경쟁 사회…변화에 맞는 정책 설계해야"

다수의 전문가들 역시 온라인 쇼핑의 확산 등 환경 변화에 따라, 마트 휴업일 제도의 방향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원)이 2022년 농촌진흥청 소비자패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도리어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시장의 동반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난 4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휴업일에 오히려 전통시장에서 식료품을 덜 구입했다는 집계다. 대신 대형마트 휴업일엔 온라인몰에서의 구매액이 더 높게 나타났다.

지난 2024년 1월 리서치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19~59세의 수도권 거주 성인들을 1천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정책 관련 온라인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마트 휴업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비중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46.8%로 절반에 육박했다. 반면 '재래시장 이용이 다소 증가했다'는 응답은 9.1%에 그쳤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더이상 마트 휴무일이 평일이냐 휴일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의 경쟁이 매우 주요해진 상황에서 공휴일 의무 휴업 지정 등은 오프라인 소매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환경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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