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명의 세계 바이오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춘천시는 미국 내 한인 생명과학자 만 3천 명이 활동 중인 K-BioX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글로벌 연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규제를 기회로 바꾼 30년, 춘천 바이오의 뿌리
춘천의 바이오산업 역사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故 배계섭 시장은 수도권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규제를 오히려 '기회'로 전환했다.
'환경 친화적이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은 바이오뿐'이라는 신념으로 전국 최초 '바이오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1998년에는 산업부로부터 국내 최초 '생물산업육성 시범도시'로 지정됐고 2003년 재단법인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을 설립하며 전문지원 체계도 마련했다.충북 오송과 인천 송도 등 정부와 대기업이 투입된 지역에 비해 국비 1천 5백억 원이라는 상대적 열세에도 춘천은 자력으로 바이오 생태계를 확장시켜 왔다.
벤처 기반으로 일군 1조 원 시대
춘천 바이오산업은 2021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뒤 현재까지 4년 연속 이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
1995년 당시 28개에 불과했던 바이오기업 수는 70여 개로 증가했으며 매출 규모는 365억 원에서 1조 6천억 원으로 44배 이상 커졌다. 2024년 수출액은 6천3백억 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기업 없이도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바디텍메드와 휴젤은 각각 코로나19 진단키트와 보툴리눔 톡신으로 세계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이 외에도 유바이오로직스, 에이프릴바이오, HLB제약 등 7개 기업이 상장에 성공했다.
김창혁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장은 "춘천 바이오산업의 성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며 30년간의 꾸준한 투자와 지원이 기반이 됐음을 강조했다.
'특화단지' 지정으로 새 전기 마련
2024년 6월, 춘천·홍천은 '바이오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전국 11개 지역 가운데 최종 5곳에 포함되며, 춘천의 역량이 국가 차원에서 공인받은 셈이다.특화단지는 2040년까지 약 2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예정되어 있으며 AI 기반 바이오신약 개발과 중소형 CDMO, 체외진단기기를 중심으로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약 2만 명의 고용 창출과 4조 2천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기대되며, 춘천은 송도, 오송과 함께 바이오 국가산업벨트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육동한 시장은 "이번 특화단지 지정은 춘천이 글로벌 바이오 도시로 전환되는 결정적 계기"라고 밝혔다.
글로벌 교두보, 보스턴에서 본격 확보
보스턴 출장에서 육동한 시장은 바이오산업의 국제화를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 켄달스퀘어(Kendall Square)를 둘러보며 춘천도 도시·산업·연구가 긴밀히 작동하는 바이오 혁신 모델을 목표로 삼고 있음을 알렸다.K-BioX와의 협약은 단순한 MOU 수준을 넘는다. AI 헬스케어·오가노이드 등 공동 연구, 춘천 기업의 미국 진출, 한인 과학자의 국내 연계 등 실질적 실행 방안들이 포함됐다.
리시연 K-BioX 대표는 "춘천은 바이오산업을 위한 생태계와 정책 의지가 인상적인 도시"라며 장기적 교류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BIO USA 2025, 춘천 기업의 기술력 세계 무대에
지난 6월 16~19일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전시회 'BIO USA 2025'에 춘천의 9개 바이오기업이 참가해 기술력을 선보였다.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면역항암제, 아토피 진단 키트 등 다양한 기술이 글로벌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에이프릴바이오, 바이온사이트, 우당네트웍 등은 심포지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고, 특히 바이온사이트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실질적인 협력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춘천시의 체계적인 기업 지원 시스템과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의 전주기적 지원은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실질적인 밑거름이 되고 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동시 확장, 클러스터 완성 단계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은 올해 10월, 7번째 연구동인 '바이오 융복합 산업화 지원센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기업혁신파크와 거두일반산업단지까지 더해지면 춘천만의 바이오 생태계는 완성형으로 진입하게 된다.
또한 오는 11월 열릴 '강원 바이오엑스포'는 춘천 바이오산업의 30년 성과를 정리하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육동한 시장은 "작은 도시의 도전이 세계와 연결되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며 "춘천의 글로벌 바이오 혁신은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