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장기간 방치 중인 남천마리나 시설 운영을 재개하기 위해 무단으로 계류 중인 선박 반출을 요구하자, 어촌계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 남천어촌계 소속 어민 10여 명은 17일 오전 10시 수영구 남천어촌계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부산시는 어업인들의 생계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어민들은 "남천마리나 설립 당시부터 민간사업자와 합의해 그동안 어업 활동을 잘 해왔다"며 "민간사업자가 중간에 파산해 소유권이 부산시로 이전됐더라도 대체 항이나 계류장 마련 등 별다른 대안 없이 퇴거를 요구하는 건 행정관청의 일방적인 생존권 위협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산시는) 다른 지역 어촌계에 들어가 어업활동을 하라고 하는데 어촌계끼리도 배타적이어서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며 "남천마리나의 새 사업자가 나타날 경우 협의해 어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줄 것을 시에 요구한다. 현재 어촌계 소속 어민과 해녀 대부분이 70~80세로 고령이라는 점도 고려해 달라"라고 외쳤다.
남천항은 1994년 광안대교 공사 당시 부산시가 선박 54척에 대해 40억 원을 보상한 후 어항 기능이 폐지됐지만, 자생적으로 생겨난 어민들이 어업 활동을 해왔다. 이후 2014년 일대에 남천마리나 시설이 조성된 뒤 어민들은 민간사업자와 합의를 통해 선박을 정박해 왔다.
하지만 2020년부터 사업자가 재정난으로 운영을 중단하고 수억 원의 사용료도 체납해 결국 운영 허가가 취소됐다. 이후에도 선박 계류 상태가 이어지자 부산시는 최근 남천마리나 운영을 재개하기 위해 일대 정비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남천마리나 계류시설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이 나오자, 부산시는 무단 계류 선박에 대한 반출 명령을 내린 상태다.
부산시는 우선 어촌계 측의 대체 정박지 마련 등 요구에 대해 남천항이 이미 어항 기능이 폐지된 곳인 데다, 정박 중인 어선들이 등록 정박지가 아닌 곳에 무단 계류 중인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여름철 태풍 상륙 등을 이유로 이달까지 자진 반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행정대집행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남천마리나 일대는 원칙상 어선이 정박할 수 없는 곳이고 관련법에 따라 어선은 어항에 신고 없이 아무 데나 댈 수 없다"며 "현재 일시 정박 중인 어선들은 해운대구와 남구 등에 등록돼 있다. 지금까지는 민간사업자와 합의해 어업활동을 이어왔더라도, 시나 지자체에서 권리 보장을 해줄 수 있는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위험한 시설이라고 판단돼 이용을 금지하고 있고 무단 계류 선박에 대해서는 태풍 상륙 시 안전 우려 등으로 이달까지 자진 이동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해녀들이 계류장을 이용해 통행하는 건 가능하도록 조치를 해둔 상태"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