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에 감정과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해 고객이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마다 즐거움과 보상을 제공하는 '도파민 뱅킹'이 화두다. 경험을 중시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Z세대를 겨냥해 AI를 활용한 개인화된 서비스가 주목받는다.
토스뱅크가 지난 22일 출시한 '게임 저금통'은 게임판 속 숨은 젤리를 블록을 깨 찾는 게임이다. 블록을 깰 때마다 100원씩 저금하는데, 젤리를 찾으면 랜덤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출시 후 약 15시간 동안 1초에 2명꼴로 가입해 10만 계좌를 달성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게임 저금통은 재미, 저축, 리워드가 한 번에 이뤄지는 1석 3조의 경험을 제공하려 했고, 그것이 고객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앱에 출석해 매일 물 주기, 흔들어 수확하기 등 임무를 수행하는 '돈나무 키우기'는 케이뱅크의 게임형 앱테크 서비스다. 돈나무를 키우는 과정에서 현금 보상을 받고, 키우기를 완료하면 추가로 최대 10만원 보상까지 제공된다.
출시 1년 만에 누적 2천만 그루를 넘어섰다. 232만 고객이 1인당 평균 8.6 그루의 나무를 키웠다. 혼자 135 그루를 키운 사례도 있었다.
카카오뱅크 '26주 적금'은 카카오프렌트 캐릭터를 선택해 챌린지 도전 과정에서 응원을 받는다. 우대금리를 포함해 한정판 캐릭터와 함께 제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열리고 있다.
KB금융 경영연구소가 지난 19일 발간한 '금융에 즐거움을 더하는 도파민 뱅킹의 부상'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핀테크 사례도 다양하다.
모바일 송금 서비스 플랫폼 '벤모'는 송금할 때 '선물 애니메이션'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거래의 90% 이상이 이모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2020년 앱 사용자를 위한 '애니메이션 맞춤 스티커'를 제공하기도 했다.
벤모 직불카드 이용자에게는 최대 5%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해 고객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았다고 인식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벤모는 현재 미국에서 92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Z세대의 90%가 벤모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조사도 있다.
영국의 AI 기반 예산관리 서비스 '클레오'는 유머러스한 설명으로 금융 조언을 제공하는 AI 챗봇 '머니 코치'로 미국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예를 들어 '질책 모드'를 선택하면, "이번 달에 맥도널드를 열두 번이나 갔네. 다음에 한 번 더 가면 그냥 고정 지출로 추가할게"라는 메시지와 함께 '한심하게 쳐다보는 밈(Meme)'을 보낸다. 재치 있으면서도 직설적으로 낭비적인 소비 습관을 꼬집는 것이다.
반면, '칭찬 모드'의 경우, "이번 주에 여행비를 덜 썼네, 잘했어요. 집돌이·집순이 레전드에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박수치는 밈'으로 대화한다. "외식을 줄이세요"처럼 일반적인 조언 대신 고객의 소비 데이터에 기반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다음 주 금요일에 데이트하려면 커피 값을 아끼세요"라는 방식이다.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스타벅스 챌린지'가 생성돼 21일 동안 30달러를 아끼는 임무를 제시하기도 한다. 고객 소비 데이터에 기반한 절약 미션이다. 금융 습관 관련 퀴즈를 풀면 상금을 지급하는 게임 서비스도 있다.
후회되는 소비 항목의 영수증을 올리면 최대 100달러까지 환급해주는 이벤트를 시행해 참여 유도와 예산 관리 동기도 부여한다.
KB금융연구원 강윤정 연구원은 "데이터와 AI로 고객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팁, 넛지 등을 제공해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구축하고 보상체계를 자극한다"며 "지속적인 즐거움과 행복을 제공해 고객 만족도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