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부산지역 투표소에는 이른 시각부터 소중한 한 표를 미리 행사하려는 유권자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 부산 연제구 연산3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이른 시각부터 투표하러 온 시민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한 아내의 휠체어를 끌고 온 노부부, 팔짱을 끼고 나란히 투표하러 온 모녀, 어린 자녀와 손을 잡고 온 부부까지 다양했다.
유권자들은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며 새로운 정부를 향한 각자의 바람을 내비쳤다.
대통령 선거는 처음이라는 김수현(22·여)씨는 "계엄 사태에 너무 놀라서 책임감을 갖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투표하러 나왔다"며 "공약을 확실하게 지킬 것 같은 후보를 뽑았다. 여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투표장을 찾은 이헌주(38·여)씨와 박상일(46·남)씨 부부는 "늦은 나이에 귀하게 낳은 둘째를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기에 최소한 나쁘거나 위험하진 않은 세상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특히 12·3 내란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치르는 대선인 만큼, 정치적 혼란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바란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전수민(40·여)씨는 "얼른 6월 3일이 지나 현 사태가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투표하러 아침부터 나왔다"며 "내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빨리 청산되도록 정부와 국회에 힘을 실어주고 싶고,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 것부터 바로 세우고 제대로 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선모(60·남)씨도 "불법적으로 비상계엄을 한 건 당연히 잘못된 것 아니냐. 나라와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꼭 투표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왔다"며 "내란 특검을 실시하는 등 내란 사태를 빨리 완전히 종결지어서 다시는 계엄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성품을 강조하며 '국민을 위해 일할 일꾼'을 선택했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백일식(62·남)씨는 "또다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이다 보니 투표하고 나서도 씁쓸한 마음이 있다"며 "대통령 후보는 가장 먼저 도덕성과 양심을 보고 결정했다. 토론도 봤는데 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하더라도 진실해 보이는 모습을 보고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찬진(61·남)씨도 "비리가 많고 가정에도 문제가 많은 사람이 정치를 옳게 하겠냐"며 "과거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던 점과 정직함, 검소함을 보고 선택했다. 정직하게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각 남구 대연4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 투표소에도 다양한 표정을 한 유권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곳에서도 12·3 내란사태를 언급하며 여느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투표에 임한다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대학생 허성후(20·여)씨는 "투표를 처음 하는 거라서 어색하다. 교수님께서 '투표소 앞에서 사진 찍어오기' 과제를 내주셨는데 사진 찍어도 되는 건지 몰라서 허가도 구했다"며 "큰 일이 있고 다시 하는 투표인 만큼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는데 20대들이 투표해야 나라가 바뀐다고 생각한다"라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인근 주민 김구용(51·남)씨는 "야간 근무를 하다 보니 투표일 당일에는 참여를 못할 것 같아서 퇴근길에 잠시 들렀다. 이제 집에 가 쉴 예정"이라며 "이제는 좀 바꿔야 하지 않겠나 싶은 생각에 무조건 투표는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왔다. 마음이 가는 정당에 따라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곳 투표소에는 오전 10시 정동만 국민의힘 부산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장과 당직자들이 방문해 사전 투표를 하며 유권자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부산·경남지역 사전투표 열기가 뜨겁다. 지금까지는 역대 최다인 것 같다"면서 "6·25전쟁 낙동강 전투의 혼이 깃든 부산 유엔기념공원 앞에서 부산선대위 관계자들과 함께 사전투표를 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부산지역 206개 사전투표소에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부산지역 투표율은 10.65%를 기록했다. 지난 대선 같은 시점 대비 1%p가량 상승한 수치다. 같은 시간대 전국 평균 투표율은 12.34%로, 동시간대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사전투표는 29일과 30일 이틀간 진행되며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