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가 대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대법원 개혁을 명분으로 추진해 온 법안 일부를 철회하기로 했다. '사법부 옥죄기'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지만 대선 이후 사법 개혁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중앙선대위는 26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대법관 100명 확대 법안과 비(非)법조인 대법관 임명 법안을 철회하기로 결정하고,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호중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오후 기자회견에서 관련해 "오늘 회의에서 선대위원장들이 깊이 논의하고 결정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윤 본부장은 "최근 법조계, 법관 사회 내에서 우려가 큰 법안들에 대해서는 우리 당이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걸 분명히 하기 위해 철회했다"며 각 법안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고 그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관 증원이나 자격 논의에 대해서는 당의 공식적 당론이 정해진 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이날 수원 아주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결정에 대해 "제가 지시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제 입장은 지금 그런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우선순위에서 민생 대책이나 민생 개혁 등이 가장 급선무인 상황에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이들 법안은 대법원 개혁 명분으로 발의됐지만 발의 시점이나 급진적인 내용 탓에 '사법부 장악'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 파기환송에 따른 '보복성'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며 선거 앞 중도층 표심 이탈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법안을 발의한 박범계 의원은 선대위 요청에 협조하겠다면서 발의를 철회했지만, '대법관 100명 증원' 법안을 발의한 장경태 의원은 법안 유지 의사를 밝혔다.
장 의원은 입장문에서 "대법관이 몇 명 추가되든 임명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공세라는 말은 심히 유감"이라며 "선대위 결정 취지를 십분 반영해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내에서는 여전히 '사법부 개혁' 주장이 큰 만큼 민주당은 집권 시 관련 입법 드라이브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 후보도 이날 "대한민국 대법원은 워낙 다른 나라에 비해 사건이 많고 (대법관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민사 사건의 70%가 기록도 보지 않은 채 심리 불속행이 되면서 아예 상고심 재판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법원 내에서도 대법관을 증원해야 한다는 논의가 많다"고 여지를 뒀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대선 이후에도 관련 법안을 자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제한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사법 개혁은 중장기적인 과제고, 국민 눈높이와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해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