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법복을 입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년 임기의 끝자락에 서초동을 찾았다. 과거 검사 시절 주로 형사법정에서 만났던 판사들을 이번에는 강연자로 마주하기 위해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워킹런치'에 참석했다. 워킹런치는 서울회생법원 소속 법관이 평일 점심시간을 활용해 각계 전문가를 초청하는 비공개 행사다.
이번 강연은 서울회생법원 측 요청으로 지난 3월 예정됐다가 MBK·홈플러스 사태 등 현안이 불거지면서 한 차례 미뤄졌다. 금감원장이 연사로 초청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이 꺼낸 주제는 '선제적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관련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 원장은 금감원장 재임기간 금융권 부동산 PF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PF 부실이 건설·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연착륙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회생법원은 굵직한 기업의 회생을 최일선에서 직접 다루는 곳이다. 당장 금감원 조사나 검사를 받고 있는 홈플러스, 삼부토건 등 기업의 회생절차가 현재 회생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회생법원 판사들은 이 원장에게 현재 부동산PF 관련 경기 상황, 금감원이 보는 PF 위기 업종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감한 현안에 관한 질문은 없었다고 한다.
금융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활약한 이 원장과 정준영 서울회생법원장의 '묘한 인연'을 주목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2016년 말 박영수 특검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관련 수사의 핵심 역할을 했다. 2020년 이 회장의 국정농단 공모 혐의 파기환송심에선 이 원장이 특검팀 파견 검사로 직접 재판에 나서기도 했다.
그 파기환송심 심리를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이 정 법원장이다. 이 원장은 당시 재판 진행에 불만을 여러 차례 토로했다. 정 법원장과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것이다.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며 직을 걸었던 이 원장은 다음 달 5일 임기 완주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