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수도권 신도시에서 늘어난 취업자 수가 전체 취업자 증가분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수도권-지방의 일자리 양극화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9일 내놓은 '지역노동시장 양극화와 일자리 정책과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23년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취업자 수가 증가한 전국 상위 20개 시군 중 12곳이 수원시 등 수도권 신도시였다.
이 기간 수도권 신도시에서 증가한 취업자 규모는 약 150만 명으로, 해당 기간 전체 취업자 수 증가분 331만 명 중 46.8%에 달했다.
특히 취업자 증가 상위 20개 시군 중 경기도 취업자가 5분의 4(77.2%)를 차지했는데, 수원, 화성, 용인 등 경기 남부권이 일자리 중심지로 꼽혔다.
비수도권 중에서는 충북 진천군, 충남 아산시 등 수도권에 인접한 준수도권 지역이 눈에 띄었다.
세종시 취업자 수는 2013년 5만 5천 명에서 2023년 21만 명으로 15만 명 이상 증가(+276.6%)하고, 혁신도시인 전남 나주시와 전북 완주군 등도 각각 취업자 수가 35% 내외로 증가해 증가율이 높았다.
청년 취업자들로 따로 살펴봐도 경기도 및 수도권이나 인접한 충청도 지역, 혁신도시, 도청소재지 등이 집중됐다.
2023년 1분기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경기도 안산시(17.4%)와 충남 천안시(16.6%)인 반면, 청년 취업자 하위 20개 시군을 형성하는 지역은 대부분 인구소멸 위험을 겪고 있는 군지역이 주로 포함됐다.
특히 전국에서 청년 취업자 비중이 가장 낮은 1.8%를 기록한 전북 순창군은 10년 전에 비해 청년 취업자 수가 70%나 감소했다.
한편 여성 고용률이 증가한 상위 20개 시군의 경우, 과거 남성 중심으로 고용됐던 제조업 중심지가 다수 포함됐다.
국내 최대의 제철소가 위치한 전남 광양시는 2013년 여성 고용률이 40.6%에서 2023년 56.6%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2013년 여성 고용률이 39.9%로 전체 시군 중 두 번째로 낮았던 거제시 역시 2023년에는 50.1%로 증가했다.
단계적 폐광이 진행되었던 강원 태백시·삼척시·정선군, 화학산업단지가 위치한 전남 여수시, 조선업 밀집지역인 전남 영암군 역시 여성 고용률 증가가 높았다.
군부대가 이전하거나 철수한 경기도 동두천시, 강원도 홍천군과 양구군 등도 등 대체 산업으로 전환하면서 여성 고용률이 증가했다.
2013년 지역별 임금 분포에서는 상위 20개 시군 중 8개 시군이 비수도권이었지만, 2023년에는 6곳으로 줄었다.
2013년 임금 상위 10곳 중 광양시(3위), 울산광역시(4위), 거제시(7위) 등이 포함됐고, 포항시, 서신시, 여수시 등도 20위권 안에 포함되는 등 비수도권 중화학 집적지들이 포함됐다. 반면 2023년에는 세종시를 제외하면 상위 10곳에 비수도권이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고, 상위 20위권으로 넓혀봐도 충청권 이외 지역에서는 울산(13위), 광양시(14위) 등이 순위가 대폭 하락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수도권으로 취업자가 몰린 데 대해 지역의 인재 유출과 제조업 쇠퇴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번 연구의 책임을 맡은 이상호 연구위원은 "산업단지를 만들거나 기업을 유치하면 자동적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시대(피플 투 잡)에서, 젊은 인재들이 모여있고 이들에게 매력적인 지역으로 기업과 일자리가 쫓아가는 구조(잡 투 피플)로 변화하고 있다"며 "정책 방향도 교통망이나 산업클러스터와 같은 경성-인프라와 사회적 자본, 인재 유치를 위한 연성-인프라가 서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