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플레이 코미디쇼 'SNL'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를 초대해 학교의 비민주적 운영 방식에 항의해 시위한 동덕여대 학생들을 코미디 소재로 삼았다. 이를 두고 "이 후보가 그동안 '혐오'를 자산으로 정치해 온 것을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지난 3일 공개한 'SNL 코리아' 시즌7 '지점장이 간다' 코너에는 이준석 후보가 출연했다.
이날 편의점 아르바이트 지원자로 출연한 이준석 후보에게 희극인 지예은은 "다음 중 한 사람과 꼭 식사를 해야 한다면 누구를 고르겠나. '폭동했다'고 발언한 동덕여대 학생들과 학식(학생식당 밥) 먹기 대 명태균 씨와 명태탕 먹기"라고 질문한다.
그러자 이 후보는 "명태균씨랑은 이미 밥 많이 먹어 봐서 재미가 없다. 그러니까 동덕여대 (학생들과 밥을 먹겠다)"라며 "(동덕여대 학생들이) 은근(히) 내 앞에선 안 사나울 것 같다. 평소에는 막 때려 부수고 락커칠 하고 그래도, 내 앞에선 안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2월 동덕여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며 민주당을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동덕여대 사태의 본질은 소통의 부재가 아니라 소통을 시도하기도 전에 반지성, 반문명적 행위로 본인들의 의견을 표출한 야만적 폭력에 있다"며 "민주당에 서부지법 폭동은 나쁜 폭력이고, 동덕여대 폭동은 불쌍한 학생들의 착한 폭력이라는 것이냐"고 했다.
또 이 후보는 2월 18일 페이스북에 동덕여대를 방문한 후기를 전하며 "폭동 사태의 실질적인 피해를 눈으로 확인하고, 폭도들과 외부 세력이 개강 이후 학사일정을 방해하거나, 폭동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을 린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등이 전달돼 직접 가봤다"며 "며칠 뒤면 졸업식인데, 교정에 사진 찍을 화각 안 남긴 폭도들 대단하다"고 말했다.
'SNL'이 동덕여대 사태를 '폭동'으로 규정한 이 후보를 불러 밸런스 게임을 시킨 것에 대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동덕여대 학생들은 무슨 죄?", "선 넘었네", "한강 작가님 조롱에서 한치 나아진 게 없네", "풍자도 아니고 그냥 약자 혐오와 조롱 프로그램임", "학생들 투쟁이 웃긴가"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준석이 싫어하는 것 2개 언급한 거라 생각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번 'SNL'의 방송을 두고 언론개혁시민연대 권순택 사무처장은 CBS노컷뉴스에 "이준석은 그동안 '혐오'를 자산으로 정치를 해왔고, 그 중심에 사회적 소수자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동덕여대 학생들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고, 그런 맥락에서 SNL에서는 이번 질문을 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NL은 이준석 입장에서 불편한 대상일 수 있다고 동등한 선에서 명태균과 동덕여대 학생들을 엮었을 것이나, 그 앞선 맥락과 함께 봤을 때 이건 (이준석의 혐오적 시각을)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동덕여대 학생들의 학내 민주화를 위한 싸움이 왜 웃음거리가 되어야 하는지 제작진에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SNL이 내부적으로 자체 심의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자율규제라는 것이 무규제가 아님을 제작진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