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지능인, 조금만 기다려주면 할 수 있어요"

강원CBS.강원영동CBS 시사프로그램 <최진성의 위클리오늘>에 출연한 느린소리 최수진 대표. 강민주 PD

◇최진성> 비장애인과 지적 장애인 지능의 중간, 곧 '경계선상'에 위치하는 지능을 갖고 우리와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받는 오해도 많고, 게다가 법과 제도도 미흡하다고 하는데요. 최진성의 위클리오늘, 오늘은 조금 느리지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사단법인 느린 소리 최수진 대표 나와 주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최수진> 네, 안녕하세요. '느려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고 있는 사단법인 느린 소리 대표 최수진입니다.
 
◇최진성> 느려도 괜찮은 사회, 일단 느린 소리에 대한 소개부터 듣고 싶은데요.
 
◆최수진> 저희는 장애와 비장애 사이 경계에 있는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지원 센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들은 장애는 아니지만 장애와 버금가게 일상적으로 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느린 학습자' 혹은 '경계선 지능인'이라고 불립니다.

 저희는 전반적으로 각자의 속도 그리고 각자의 다양성을 좀 인정하는 사회 속에서 경계선 지능인들이 좀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그거에 맞춰서 경계선 지능 당사자와 부모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사회 인식도 바뀌어야 되기 때문에 인식 개선 활동과 인식 확산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거에 맞춰서 부모 교육 토론회, 간담회 등을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년들을 위한 청년 자립 지원을 하고 있어요. 경계선 지능인들이 자기의 다양성을 좀 존중받고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살 수 있도록 자립 지원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진성> 설명을 들어보니까 현장으로 가시는 느낌이에요. (맞습니다) 현장으로 가서 거기서 필요한 것들이 뭔지를 찾고 그거에 맞춰서 하는 일을 만들어 가는, 굉장히 품이 많이 들겠는데요?
 
◆최수진> (품이) 많이 들기도 하고 경계선 지능이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그래서 모든 게 하나의 짜여진 틀에 이들을 놓는 것보다는, 각자 가지고 있는 문제나 어려움들을 개개인별로 접근해서 개개인 지원 활동화를 하신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최진성> 지금 대표께서 말씀해 주시는 내용 중에 계속해서 들리는 단어가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표현이거든요. 그런데 아직은 뭐 저에게도 그렇고 또 많은 분들에게는 생소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이 '경계선 지능인' 또 '경계선 지적 지능' 이런 표현들에 대해 알려주세요.
 
◆최수진> 공식 명칭, 그러니까 의학적인 용어로는 '경계선급 지적 기능을 가진 이들'이라고 표현을 해요. 그거를 조금 줄여서 우리나라에 와서는 '경계선 지능'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느린 학습자'라고 불리기도 하고요.
 
 학교 안에서의 프로그램으로는 대부분 '천천히 배우는 학생' 이런 식으로 하는데 정확하게 지능 지수만 놓고 본다면 저희가 알고 있는 IQ, 웩슬러 지능 검사로는 71~84 사이에 장애와 비장애 사이에 있다고 보시면 조금 쉬우실 거예요.

 그래서 71 이하는 지적장애, 저희가 알고 있는 발달장애급이고요, 84 사이는 일반 군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능 지수가 85 86은 괜찮냐 그건 또 아니거든요. 그래서 인지적·학습적·사회적·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전반적으로 좀 느린 학습자라고 많이 포괄적으로 부릅니다.
◇최진성> 그러면 연령별로도 좀 차이가 나는 부분들이 있겠네요.
 
◆최수진> 맞아요. 그래서 유아기 때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별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유아기나 학령기 때는 아무래도 교육이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취약해요.
 
그래서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로 노출되는 경우도 많고 또래 관계에 당연히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학습이 부진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계속 학교에서 받고 있고 이들이 장애처럼 눈에 띄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한테는 약간, 선생님 말을 무시하고 노력하지 않는 학생이라고 비춰질 수 있고요.

 청소년기에는 자기 중심적인 사고들을 많이 하다 보니까 또래 관계가 당연히 안 되고 의사소통이 잘 안되고, 그리고 이들이 하고 있는 자기 주장이 주제가 없어요. 그러니까 맥락이 없는 말들을 하다 보니까 이 친구의 얘기가 잘 통하지가 않고요.
 
청년기에 들어서면 누적된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인해 우울이나 심지어 조현병에 걸리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많은 힘든 부분들을 겪고 있고 고립이나 은둔으로 가는 청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최진성> 그러니까 이게 여러 가지 요소들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 양식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보았을 때는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어떤 부작용들도 나타난 것 같습니다. 지금 여러 가지 용어들을 말씀해 주셨는데 진행자로서 어떤 용어로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까요?
 
◆최수진> 저희는 '느린 학습자'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진성> 알겠습니다. '경계선급 지적 지능을 가진 자' 뭐 이런 여러 가지 표현들이 있지만 오늘 저는 '느린 학습자'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방금 말씀해 주셨지만 일상생활에서 오해를 가질 수 있는 상황들도 많이 일어나는 것 같고 또 어떤 특정 시기만이 아니라 전 연령대에 걸쳐서 이런 모습들이 나타나는 것도 같은데요. 우리나라의 현황이라고 해야 될까요? 어느 정도 파악이 돼 있을까요?
 
◆최수진> 일단 제가 잘 모르시는 분들한테 가장 쉽게 설명드리는 건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가 경계선 지능인이에요. 그래서 이들은 추산으로는 13.59% 그러니까 전체 인구의 13.59%며 우리나라의 인구 기준으로는 700만 명 정도 돼요.
 
 그게 강원도 인구 수로는 5~6배 정도로 굉장히 많은 수치이고요. 지적 장애의 6배가 넘는 수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더 쉽게 말씀드리면 저희가 한 반의 기준이 23~24명이라고 하면 그중에 3~4명의 아이가 경계선 지능, 느린 학습자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들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조기 발굴을 할까, 왜냐하면 모든 게 다 그렇지만 어릴 때 발견을 해서 그 아이한테 맞는 적절한 훈련을 하면 이 친구가 분명히 일반적인, 느리지 않은 학습자처럼 살아갈 수 있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요.
 
조기 발견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가 또래보다는 조금 다르다, 그러니까 어떤 기준을 딱 놓기보다는 봤더니 또래보다 언어가 조금 느리다, 아니면 또래보다 소근육 대근육이 조금 느리다, 영유아 발달 검사에서 약간 우리 애가 잘 조금 못하는데 이거를 체크해야 될까 말까, 이런 고민이 되신다면 저는 느린 학습자 체크리스트를 조금 간편하게라도 해 보시기 좀 추천드려요.
 
◇최진성> 느린 학습자 체크리스트가 어디 있나요?
 
◆최수진> 교육부에서 개발을 했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 센터 오셔서 문의를 하셔도 저희가 해드릴 수 있고 교육부 홈페이지에 들어가셔도 체크리스트 항목이 있습니다.
 
◇최진성> 그렇다면 추이가 궁금한데요. 최근의 변화도 있을까요?
 
◆최수진> 예전에 저희 어릴 때만 해도 '깍두기 문화'도 있었고 뭔가 느리면 그 친구를 맞춰주는 것도 있었고 놀 때 껴주는 문화도 있고 했는데요. (그렇죠) 지금은 내 편에 들어와서 방해가 되는 친구에 대해서는 허용적인 태도는 아니에요.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도 조금 더 빨리빨리가 더 심해지는 부분이 특히 우리나라의 특징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저희가 '토크 한마당'이라고 그래서 토크 콘서트를 열었는데, 그때 서울에 사는 청년, 느린 학습자 청년 1명이 와서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조금 기다려주면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거를 내가 못하고 있으면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예전부터 (느린 학습자가) 있었는데 과거의 문화와 지금의 문화가 조금 다르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 코로나 이후에 오히려 집에만 있다가 보니까 이 아이들이 발견이 되는 게 더 늦어진 경우도 더 많이 있습니다.
 
지난 8월에 열린 경계선지능 청년 자립지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 느린소리 최수진 대표 제공

◇최진성> 방금 대표님도 말씀을 해 주셨지만 체크리스트도 있고요, 또 센터를 찾아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게 알아차리고 어떤 진단을 확실하게 받는 그 과정까지가 쉽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이 느린 학습자라는 것을 인지하고 진단까지 받는 과정들이 긍금합니다.  

◆최수진> 저희가 지금 회원분들이 1백명이 넘으세요. 그리고 매주 50여 명의 부모님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도 있어요. (매주요?) 네, 저희가 아이들 프로그램은 따로 하고 부모님들 모임은 따로 하다 보니까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님들이 부모 모임을 하실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놨거든요.

 거기에서 가장 많이 발굴이 잘 됐던 건 우리 아이가 조금 느리다 하면 일단 저희든 아니든 뭐 전문 기관에 가서 상담을 좀 받아보시거나, 체크리스트 하시고 그다음에 임상심리사가 있는 신경정신과나 아니면 상담소 가셔서 웩슬러 지능 검사만 해보시는 게 아니고 '풀벳더리 검사'라고 그래서 전반적으로 다 하는 검사들이 있어요.

 그 검사를 하는데 저는 지능 지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 검사를 하라는 이유는 거기 안에 보면 하위 요인으로 언어적인 측면과 지각 추론, 유동 추론, 기억 능력 아니면 처리 속도 이렇게 하위 범위들이 있는데요. 그 하위 범위에서 우리 아이가 갖고 있는 강점 그리고 약점 그리고 보완해야 할 점들을 좀 보시고 그거를 좀 살려서 아이한테 적합한 지원 활동을 해야 된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 검사를 하시라는 거지, 이 아이를 (느린 학습자라고) 명명하거나 아니면 못하는 아이로 낙인을 찍히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그렇죠)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우리는 기대하기 때문에, 방금 같은 검사이며 또 확인하는 절차들 그것들이 좀 필요하다고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최진성> 느린 학습자들을 위한 어떤 교육이라든지 서비스라든지 이런 프로그램들이 좀 많이 있나요?
 
◆최수진> 지금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저희가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는, 저희 센터에서도 하고 있고 이렇게 관련된 기관들이 좀 관심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강원도 같은 경우에는 강원도교육청에 학생 지원 조례가 생기면서 경계선 지능 학생 지원 조례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교육청 차원에서 학력이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지원되는 게 있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강원도교육연구원에서는 경계선 지능 관련돼서 실태 조사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막 확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조금씩은 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진성> 방금 말씀해 주셨지만 도교육청의 조례도 마련돼 있다고 했는데, 사실 느린 소리에서 처음 시작한 2021년, 지금까지 한 4년 정도 짧은 기간이지만 그 사이에도 좀 많은 변화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최수진> 저희가 처음에 시작할 때는 당사자 부모랑 시민 활동가들이 해서 만들어졌는데 그때 토론회를 하면서 관계자분들이 오셔서 '아, 조례가 필요하겠다'라고 이야기를 하셔서 강원도 조례가 생겼고 강원도 학생 조례가 생겼고 춘천시 원주시 강릉시 이렇게 조례가 생겼어요.
 
 그리고 21대 국회 때는 관련 법안이 올라갔고요. 지금도 7개의 관련 법안들이 올라가는 있지만 계류 상태예요. 그래서 그 부분도 저희는 지속적으로 계속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최진성> 이 과정이 지금은 깔끔하게 정리해 주시니까 쉽게 듣고 있지만, 그 과정이 저는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수진> 힘든 일도 많고 의미 있는 일도 많았지만 가장 힘든 건 아이들이나 경계선 지능 청년들이 공격의 대상이 될 때가 조금 많이 힘든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할 수 있는데 안 한다'라고 오해를 받거나, 자기 딴에는 노력을 되게 많이 하는데 '여전히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 아이들이 힘들어서 뭐 자해를 한다든가 자살 시도를 한다던가 이런 부분이 제일 많이 힘들고요.
 
 그리고 너무 뜻 깊었고 의미 있던 건 제가 혼자 사무실에서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저와 함께 3명이 더 함께하고 있어요. 그래서 급여도 많이 못 주고 그러고는 있는데 4명이서 함께 강원도 전역을 다니면서 법 제정을 위해서는 서울도 왔다 갔다 하면서 활동을 하고 있고요.
 
또 그 뒤에는 저희 부모님들, 양육자분들이 너무 든든하게 잘 버티고 계시고 늘 지지해 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그게 되게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최진성> 올해 1월 같은 경우에는 강원 지역의 한 학교에서 일어났던 학교 폭력과 관련해서 이 '느린 학습자'에 대한 체계적 보호 요구 또 진상 규명 촉구하는 목소리도 내셨었잖아요. (맞아요) 참 쉽지 않은 자리셨죠?
 
◆최수진> 그 친구를 제가 2년 정도 본 친구예요. 그 친구의 지능 지수가 어느 때는 내려갔다 어느 때는 올라갔다 하거든요. 그 친구가 초등학교 때는 경계선 지능이었는데 중학교 들어가는 시점에 검사를 다시 했을 때는 지적장애 수준이 나왔어요. 그래서 그때 장애 등록을 한 상태였는데요. 이 친구가 워낙에 말을 잘하다 보니까 아마 학교에서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근데 학생들은 이미 알죠. 이 친구가 자기네랑 다르다는 걸. 그래서 학교 폭력에 노출이 돼서 되게 심각할 정도의 집단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는데요. 저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던 게 그때 당시에 학교 폭력 문제들로 상담 전화가 꽤 많이 왔고 전국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느린 학습자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니까 "얘가 하는 말이 진실이야?"라는 그 답을 들었을 때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다' 해서 저희가 두 차례 정도 집회 활동을 진행을 했습니다.
 
지난 4월 느린학습자 인권보호를 위한 연대 집회 활동에 참석한 느린소리 회원들. 느린소리 최수진 대표 제공

◇최진성> 말씀 들어보니까 부모님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관련해서 교육이나 활동들이 절실하게 필요할 것 같은데요. 느린 학습자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 이렇게 봐도 될 것 같은데요?  

◆최수진>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예요. 공교육 시스템 안에 어찌 됐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있는 건데 그럼 그 아이들이 벌써 10년 이상을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청년들도 저희가 상담을 하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가 학교 안에서의 어려움이거든요. 작은 사회를 배우기 위해서 학교를 가는데 학교 안에서 오히려 이 아이들은 배제되고 피해자로 전락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학교를 바꾸는 거는 힘들다면, 이 친구들에게 다양한 교육 환경을 제공을 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꼭 공교육이 아니어도 만약에 공교육에서 이 친구들이 적응을 못하고 이렇게 생활을 한다고 하면 '선택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시스템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최진성> 초등 같은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여론도 만들어지고 하는 느낌인데 (맞아요) 중학교 고등학교 그 이상은 또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최수진> 맞아요. 그리고 초등학교는 거의 학교별로 특수반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꼭 장애가 아니어도 이 친구가 학습 장애가 있다거나 중복으로 뭔가가 있을 때는 특수반에 들어갈 수 있어요.

 근데 중학교 올라가면서부터는 특수반 자체가 없는 학교들이 너무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장애군 아이들이 밀집되어 있으면 느린 학습자 친구들은 특수반에 못 들어가는 게 맞죠. 그래서 일반 학급에 있다 보니까 이 친구들은 더 적응을 못하는 거죠.
 
 그리고 가장 큰 부분은 중학교 올라가면서 사춘기를 겪으면서 이 친구들은 신체 변화도 있고 호르몬 변화도 있는데 '왜 내가 이런 감정과 이런 분노와 이런 불안을 겪고 있는지'를 모르거든요. 인지를 못하는 거죠. 자기 인식이 안 돼요. 그 부분에 대해서 가장 취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학교 때 많은 지원이나 활동들이 있어야 돼요.
 
강원CBS.강원영동CBS 시사프로그램 <최진성의 위클리오늘>에 출연한 느린소리 최수진 대표. 강민주 PD

◇최진성> 끝으로 청취자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최수진> 일단 제가 부모님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말씀이 "부모의 불안과 예민함은 나쁘지 않다"라고 말씀을 드려요.
 
근데 불안과 예민함을 가지고 아이한테 뭔가를 바라기보다는, 그 불안과 예민함을 품고 이 아이에 대해서 조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검사를 하셔라는 말씀을 많이 드리거든요.
 
부모님 상담하다 보면 "우리 남편도 그랬대요", "뭐 저도 좀 느렸어요" 이런 말씀 굉장히 많이 하시는데요. 그때는 됐었어요. 근데 지금은 그 느림을 이해하기보다는 빨리빨리 못한다고 구박을 받는 시대이기 때문에, 아이를 위해서 앞으로 나서셨으면 좋겠고요.
 
"우리 아이가 조금 느려요", "그러니 좀 이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좀 해주세요"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최진성> 지역사회에 하실 말씀은 또 없으신가요?
 
◆최수진> 저희가 지금 강원도 조례가 만들어졌는데 만들어진 지 2년 정도 됐어요. 가장 먼저 만든 조례인데 강원도 예산 확보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몇 년째 저희가 요구를 하고 있고 하지만, 여전히 예산 확보는 안 되어 있어서요. 지금 느린 학습자 청년들도 그렇고 다른 강원도의 군 단위 분들은 지원이 하나도 없으세요. 그래서 강원도 조례가 있으니 예산 편성도 빠른 시일 내에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진성> 참 조례가 글로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 도움이 되는 조례로서 지자체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진성의 위클리오늘, 오늘 사단법인 느린 소리 최수진 대표와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최수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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