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는 친노, 친문, 비명은 물론 보수까지 끌어안은 '통합형'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빅텐트'에 맞서는 '용광로 선대위'다. 이념과 계파는 뒤로 한 채 정치권 인사들을 두루 기용해 외연을 확장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민주당은 30일 선대위 공식 출범식을 연다. 당연직으로 합류하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겸 대표 직무대행 이외 외부 인물을 영입해 '사령탑 진용'을 짰다.
총괄선대위원장단에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에 이어 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전 장관, 문재인 정부 출신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도 합류하기로 했다. 이재명 후보와 경선을 치렀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는다.
이전 정부를 상징할 수 있는 인물과 계파 상징 인물까지 두루 끌어 안겠다는 취지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 시도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지난 대선 당시 이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은 2020년 코로나19 국내 유행이 시작되자 2년여 동안 매일 브리핑을 하며 방역 정책을 총지휘했던 인사다.
이 후보 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정 전 청장의 경우 국민들이 고통스러울 때 헌신했던 대표적 인사로서, 분열된 국민을 통합해내고 헌신적으로 섬기겠다는 이미지일 것"이라며 "강 전 장관은 (검찰)개혁 의지를 상징하는 인사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유승민계 권오을 전 의원도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며 민주당에 입당했고, 민주당 출신이지만 범보수 진영에서 활동하는 문병호 전 의원도 영입 제안을 받고 고심 중이다. 문 전 의원은 "이 후보가 1987년 체제의 마지막 대통령으로서 여러 가지 구(舊) 체제를 바꾸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며 "이 후보의 의지가 얼마나 충분한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번 주 안에는 결정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수 인사들의 선대위 합류는 단순한 '상징성'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지난 2월 이 후보가 대표 재임 시절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 보수'로 정의한 뒤 당 내외에서 숱한 논란이 있었는데, 실제로 보수층에서 의미 있는 호응이 나온 셈이기 때문이다.
'비명횡사' 논란이 일었을 만큼 당 내 주도권을 잃었던 '비명계'도 대거 합류한다. 우상호·박용진 전 의원도 이 후보의 제안을 받고 합류 의사를 밝혔고, 일정 수준 이 후보를 비판하며 당내 대권 주자로 꼽히던 김부겸 전 총리와 김경수 전 지사도 합류를 확정지었다.
민주당내 '계파 갈등'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받고 있는 이 후보로선 비명계부터 전 정권 인사들, 보수 진영까지도 아우르는 '통 큰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아울러 문화 영역 강화를 위해 선대위 내에 대선후보 직속 기구로 'K문화강국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을 내정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0일 대선 출마 선언 때부터 문화강국을 골자로 한 'K-이니셔티브' 비전을 내세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