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원을 약속했던 부산의 현안 사업들이 연이어 휘청이고 있다. 일부 사업은 윤 전 대통령의 지원 흔적이 되려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통령이 약속했던 신공항 조기 개항, 건설사가 배짱 제동…"정치 상황 염두에 뒀나?"
가덕도신공항은 여·야 지역 정치권의 지속된 노력과 함께 2030 엑스포 유치 도전을 매개로 조기 개항 여론이 형성됐다.여기에 윤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취임 후 의지가 더해져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3년 3월 신공항을 예상보다 빠른 2029년 말 개항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윤 전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가 실패한 이후에도 부산을 찾아 가덕도신공항 개항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란과 탄핵이라는 일련의 시간이 지난 현재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공항 부지 조성 공사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 기간을 연장한 기본설계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애초 입찰공고에 있던 84개월보다 2년이 늘어난 108개월로 공사 기간을 설정해 기본설계안을 짰다. 설계안대로 공사를 진행할 경우 2029년 개항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토부와 부산시는 제출된 설계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재입찰 가능성까지 열어 놨지만, 조기 개항을 고수하려면 선택권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국책사업을 상대로 한 건설사들의 이례적인 배짱에는 현재의 정치적인 상황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한국산업은행 이전에 민주당 비협조…배경에는 '尹 정책' 인식?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과 함께 윤 전 대통령이 힘을 실어줬던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한국산업은행 이전을 위한 법 개정 등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윤 전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실패 직후인 2023년 12월 부산을 찾아 부산을 글로벌허브도시로 만들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그는 "국제적 기준의 자유시장 경제 모델을 구축해, 부산을 글로벌 자유도시이자 글로벌 중추도시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윤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몇 번에 걸쳐 약속하며, 부산 현안 정책에 특별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이에 부산시는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관련 전담팀을 꾸리며 지역의 어젠다를 엑스포에서 글로벌허브도시로 새롭게 설정했고, 지역 상공계와 함께 한국산업은행 이전 의지를 국회에 전했다.
하지만, 법안 제정과 개정을 전제로 하는 두 개 정책 모두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협조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민주당의 비협조는 두 법안 모두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힘을 실은 정책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대신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산부 이전이라는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며 지역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부산시 "지역 현안 사업은 시민의 뜻"…정쟁화 부담
부산시는 윤 전 대통령의 지지 여부를 떠나 지역 현안 사업들이 정쟁화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실제, 김광회 시 미래혁신부시장은 지난 28일 가덕도신공항 공사 기간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이 자칫 정쟁의 도구로서 사업 지연과 소모적인 논쟁의 단초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은 부산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지역 여론을 바탕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준승 시 행정부시장은 지난 23일 공약 제안 기자회견에서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부산시민 160만명이 동참 서명을 했고, 산업은행 이전안도 5만명이 넘는 시민이 청원했다"며 "많은 시민이 간절히 바라는 사안인 만큼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