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 30주기인 28일 대구 학산공원 내 위령탑에서 추도식이 열렸다.
이날 추도식에는 20여 명의 유가족들이 참석해 하얀 국화꽃을 헌화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30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묵념하는 유족들의 표정에는 그간의 설움이 고스란히 담겼다.
송인숙 유족회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나와서 외국 간 아들 집을 청소하는 것처럼 쓸고 풀도 뽑고 정리를 하면서 3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외국 간 아들은 만날 수도 없다"며 추도사를 시작했다.
송 회장은 "30년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서 이제는 우리가 가야 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가는 날까지라도 집 청소를 깨끗이 해 주고 가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씁쓸해했다.
이어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다. 다 같이 노력해서 끝까지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고 건강에 유념하셨으면 좋겠다"며 짧은 추도사를 마쳤다.

추도사가 끝나자 유족들은 희생자 101명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을 어루만지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상인동 폭발사고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것을 걱정했다.
고 한승완 군의 어머니는 "갈수록 잊혀지니까 허망하다. 유가족들만 아픔의 30년이지 다른 사람들은 크게 아픔을 안 느끼는 것 같다"며 속상해했다.
송 회장도 "학생들 유족만 해도 나이가 70이 다 넘었다. 돌아가신 분들도 있고 건강상 이유로 못 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또한 이전 예정인 영남중·고등학교 월배지구 부지가 너무 작아 현재 영남중에 마련된 상인동 폭발사고 추모 공간이 들어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상인동 폭발사고는 1995년 4월 28일 대구 지하철 1호선 상인역 공사장에서 일어났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공사 현장 인근 백화점 신축 공사장에서 지반을 다지기 위한 천공작업 중 가스관이 파손됐고, 지하철 공사장으로 흘러든 가스가 원인 불명의 화원에 의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당시 등교 중이던 영남중 학생을 비롯해 101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다쳤다.
불법 시공과 안전 수칙 미준수 등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고, 천공작업을 하던 업체가 가스관이 파손된 지 30여 분이 지나서야 도시가스 측에 신고하는 등 늑장 대처가 피해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