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국무부 조직을 18% 감축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에는 해외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등 미국적 가치를 확산해 온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임 바이든 정부가 강조했던 '가치 외교'를 사실상 폐기하고, '국익 우선' 기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성명과 국무부 조직도를 통해 개편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국무부 산하 개별 국·실·사무소는 현재 734곳에서 602곳으로 무려 18%나 감축된다. 약 700개의 보직도 폐지될 예정이다.
루비오 장관은 부서 전체 이메일에서 이번 조직 개편 이유에 대해 "혁신을 저해하고 부족한 자원을 잘못 배분하는, 비대해진 관료주의로는 21세기를 위한 싸움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미국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국무부 내 민간안보·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직의 폐지다. 이 기능은 신설되는 대외원조·인도주의 업무 담당 조정관이 맡게 된다. 이 조정관은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간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전담 역할까지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6년간 공석이었던 북한인권특사 자리를 메우며 2023년 임명됐던 줄리 터너 대사도 올해 1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면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민주주의·인권·노동국에서 부차관보 직무대행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기 방침에 따라 글로벌 여성 문제와 포용성 업무를 담당하던 장관 직속 사무국도 폐지된다. 국무부는 오는 7월 1일까지 개편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루비오 장관은 성명에서 "현재 국무부는 미국 국익보다 극단적인 정치 이념을 더 중시하는 체제"라며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이 "좌파 활동가들이 보복하는 플랫폼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구·난민·이주 관리국이 대량 이주를 조장하는 단체에 수백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NYT는 루비오 장관이 상원의원 시절에는 국무부가 해외에서 미국 가치를 확산하려는 노력을 적극 지지했지만, 국무장관으로서는 가치를 등한시하고 트럼프식 거래 외교에 치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편으로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십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진 샤힌 의원은 NYT에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처럼 미국이 후퇴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그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무부가 한국 부산영사관을 포함한 약 30곳의 해외 공관 폐쇄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날 발표된 개편안에는 재외공관에 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