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대립 중인 가운데 기업의 혁신성장 촉진이 주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열쇠라는 주장이 경제계가 주최한 좌담회에서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4일 오후 상의회관에서 '사업재편시대, 기업경쟁력과 주주권 보호'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신현윤 연세대 명예교수, 최승재 세종대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장윤종 전 포스코경영연구원장,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거버넌스센터장 등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발제에 나선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글로벌 관세 전쟁과 내수 침체 등 대내외적 위기가 산재해 선제적 사업 재편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며 "현행법상 사업 재편과 자금 조달 방법이 다양한데 이를 주로 단기적 주가 영향 등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달리기는 하되 다리는 움직이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법은 거래 비용을 줄이고 거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주주 보호는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여러 방법 중 하나로 규제가 능사가 아니다"며 "이사회는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지 현행법상 선관주의 의무에 따라 기업경쟁력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주주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투자자 측면에서도 보유기간이 길수록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테뉴어보팅(Tenure Voting)' 제도 도입과 장기보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 신설 등을 통해 자본시장을 투기가 아닌 투자의 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경우 2년 보유 기명 주식에 대해서는 2배의 복수의결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토론에서 권용수 건국대 교수는 "주주 환원이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기업도 있겠지만, 그보다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절실한 기업도 있을 것"이라면서 "일본의 경우 주주 제안 요건을 오히려 강화하고 기관에 투자한 외국인 주주를 파악해 경영권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업의 중장기 혁신 지원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장윤종 전 포스코경영연구원장은 "산업전환기 밸류업은 과감한 혁신과 선제적 사업 재편에 의해서만 달성 될 수 있으며, 이를 소홀히 하면서 주가 부양의 동굴에 머문다면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라며 "밸류업 정책은 궁극적으로 사업 재편 등을 통한 산업 대전환 정책으로 발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현행법에도 다양한 주주보호 수단이 있으며, 자본시장법상 합병가액 산정 기준 개선 등 보완 조치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기업 규제보다는 투자자 측면에서 장기 투자자에 대한 배당소득세 감면 또는 양도소득세 감면, 우선주 배정 또는 추가 배당 혜택 등 인센티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센터장도 "기업가치 제고가 주주환원의 근간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며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주요국과는 달리 지배주주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기업가치 제고에 있어서도 지배주주를 배제한 채 일반 주주들만 인정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에는 최대한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