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정민수, 위기 속 돌풍 일으킨 '뚝심' 리더십

KB손해보험 주장 정민수. 한국배구연맹

프로배구 남자부 KB손해보험의 다사다난했던 2024-2025시즌이 막을 내렸다. 비록 정상에 오르진 못했지만, 시즌 내내 이어진 위기를 모두 극복하면서 많은 배구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주장 정민수(34)에게도 잊지 못할 시즌이 됐다. 주장으로서 심적 부담이 컸지만, 특유의 리더십으로 팀을 결집한 그는 웃으며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시즌 초반 하위권을 맴돌았던 KB손해보험은 후반기 가파른 상승세를 달려 정규리그 2위에 올랐다. 비록 플레이오프(PO)에서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에 발목을 잡혀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지 못했지만, KB손해보험이 일으킨 돌풍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정민수는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시즌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선수들과 똘똘 뭉쳐서 다시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더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면서도 "마지막 챔프전에 가지 못해서 꽉 찬 시즌 아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 시작부터 날벼락을 맞았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미겔 리베라 감독이 개막을 앞두고 건강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결국 마틴 블랑코 수석코치 대행 체제로 시즌을 시작했다.

당시를 떠올린 정민수는 "일단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소통에 힘을 썼다. 분위기는 안 좋았지만 이겨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은 1라운드부터 6위로 불안하게 출발했다. 토종 에이스 나경복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진 못했다.

다행히 전역한 국가대표 세터 황택의까지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합류한 뒤 안정을 되찾았다. 이후 KB손해보험은 가파른 상승세를 달리며 금세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정민수는 "초반에는 선수 구성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1승이라도 하자는 생각이었다"면서 "(나)경복이와 (황)택의가 돌아온 뒤 전력이 좋아졌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질 거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며 웃었다.

나경복과 황택의의 합류에 대해서는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고, 팀을 정상에 올려놓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와서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났다"고 칭찬했다.

정민수와 나경복. 한국배구연맹

하지만 지난해 11월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KB손해보험은 기존 홈 경기장인 의정부 체육관이 안전 문제로 폐쇄되면서 다른 지역 체육관을 돌아가며 사용해야 했다. 그러면서 임시 홈 경기장을 물색하다가 연고지인 의정부에 위치한 경민대 체육관을 낙점했다.

임시 경기장이라 홈 이점을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경민 불패' 신화를 만들었다. KB손해보험은 경민대에서 치른 11경기에서 9승2패를 거뒀고, 이 기간 구단 역대 최다인 9연승까지 달렸다.

정민수는 "사실 처음에는 경기장을 옮기는 게 싫었다. 선수들도 홈 이점이 없어질까봐 걱정했다"면서도 "경민대에서 한두 경기 했더니 잘 맞더라. 선수들도 좋아했다"고 말했다.

'경민 불패' 신화를 만든 데 대해서는 "홈에서는 누가 와도 안 질 자신이 있었다. 삼성화재에 지면서 연승이 끊겼지만, 그래도 '경민 불패'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 1월에는 갑작스럽게 브라질 출신의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이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분위기가 좋았던 터라 흐름이 끊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정민수는 "감독님이 새로 오셔서 또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데 팀 색깔이 바뀔까 걱정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은 아폰소 감독과 함께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민수는 "감독님이 기존 색깔을 유지하면서 디테일한 부분을 가르쳐주시는 게 좋았다. 한 명에 의존하지 않는 아기자기한 배구가 팀에 잘 맞았고,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주장으로서 부담이 컸을 터. 이에 '주장직을 내려놓고 싶은 순간이 있었냐'라는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정민수는 처음 주장으로 선임된 지난 시즌을 떠올렸다.

그는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러 주장으로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거기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그렇게 물러서면 도망자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도 주장직을 맡았고, 챔프전에 가진 못했지만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며 씨익 웃었다.

환호하는 정민수. 한국배구연맹

개인적인 성적도 전성기 못지않게 훌륭했다. 수비 1위(세트당 4.43개), 디그 2위(세트당 2.29개) 등으로 활약해 정상급 리베로의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정민수는 "만족스럽진 않다. 이 기세라면 챔피언까지 해야 했다"면서 "챔프전에 올라가면 현대캐피탈이랑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베스트7 리베로 부문 수상을 노려볼 만하다. 통합우승을 달성한 현대캐피탈의 박경민과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베스트7 수상 욕심이 있냐는 질문에 정민수는 "(박)경민이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민이는 이제 떠오르는 선수니까 많이 밀어줘야 한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이번 시즌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정민수가 말하는 가장 큰 위기는 의외로 분위기가 좋을 때였다. 그는 "'경민 불패'가 깨졌을 때 분위기가 많이 안 좋았다. 연승 기록이 걸린 때라서 좀 처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연승 기록을 의식한 것 같다. 구단 역사에 남을 만한 값진 기록이라 긴장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수들 격려하는 정민수. 한국배구연맹

비록 챔프전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잊지 못할 시즌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정민수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이 올라갈 생각뿐이다.

정민수는 "아직 완성된 KB손해보험이 아니라고 하고 싶다. 이 멤버로 챔프전에 가지 못한 게 말이 안 된다"면서 "대한항공의 경험과 연륜에 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보완해서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자신에게도 10점 만점에 5~6점 정도로 박한 점수를 매겼다. 정민수는 "챔프전에 진출하지 못해서 잘한 시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그렇게 말할 것 같다"면서 "실패한 시즌은 아니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민수는 팬들에게 더 나아진 모습을 약속했다. 그는 "홈 경기장이 바뀌면서 팬들이 많이 안 오시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역시 우리 팬들은 어딜 가든 많이 오셔서 응원해 주셨다. 너무 감사하다"면서 "올 시즌은 이렇게 끝났지만, 다음 시즌은 꼭 챔프전에서 끝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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