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 싣는 순서 |
①경기도가 웬 기후위성? "모르는 소리, 모든 게 달라진다" ②김동연표 대중교통 혁명…빈틈없는 거미줄 '똑버스' <끝> |
자가용을 살까도 고민하던 중 고촌읍 일대에 '똑버스(DRT, 수요응답형버스)'가 다니기 시작하면서 생각을 접었다. 똑버스를 타면 20분이면 직장에 도착했다. 번거롭게 갈아타지 않아도 되고, 노선버스처럼 돌아가지도 않았다.
지난 2일 아침 똑버스를 타고 출근한 정씨는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기존 버스 노선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힘들었는데 이젠 출퇴근 때마다 똑버스를 부른다"며 "시간에 맞춰 미리 호출만 하면 버스 요금(1450원)으로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김포의 경우 노선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곳이 꽤 남아있다. 특히 시 외곽은 인구 밀도가 낮아 대중교통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중교통 오지에서는 부르면 오는 경기도 똑버스가 주민들 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포지역 똑버스 기사 박모(54)씨는 "서울 중심지로 가는 광역버스, 인천행 버스가 있긴 하지만 배차 간격이 길게는 40~50분"이라며 "출퇴근길과 등하굣길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어, 승객이 몰릴 땐 버스가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필요할 때, 원하는 곳으로…노선버스 '빈틈' 채우는 똑버스

반면 똑버스는 승객 수요에 따라 운행된다. 물론 수요에 최대한 신속 대응하기 위해 광역‧간선 버스처럼 원(遠)거리를 이동할 수는 없지만, 마을버스나 지선버스는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 효율의 극대화다.
광교지역 똑버스 기사 이모(61)씨는 "노선버스는 정해진 대로만 움직여서 대도시 안에서도 닿지 않는 곳들이 많다"며 "그런데 똑버스는 호출하는 지역을 기준으로 빈틈들을 누비기 때문에 시간별로 다양한 수요가 존재하는 큰 도시에서도 편리한 것 같다"고 짚었다.
수요 따라 달리는 '콜버스', 노선버스 보완 기대↑

노선과 배차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승객이 부른 시점에 맞춰 빠른 길을 찾아 유연하게 운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로가 고정된 노선버스와 달리, 서비스 구역 안에서 실시간 발생하는 버스 수요에 따라 그때그때 임의로 경로가 바뀐다. 버스를 콜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콜버스'다.
2023년 3월 안산 대부도에서 6대로 시작한 똑버스는 현재 16개 시군에 226대가 운행중이다. 시행 2년 만에 누적 이용객 537만 명을 넘어섰고, 경기도는 올해 80대를 더 늘릴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내버스 공공관리제(경기도형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노선버스 한 대에 지원되는 재정과 똑버스 한 대를 운행하는 데 투입되는 재정이 거의 비슷하다"며 "향후 똑버스가 노선버스를 대체해 나간다면 대중교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똑버스+자율주행, '차 없는 미래도시' 향한 질주
똑버스가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기도는 대중교통의 자율주행이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쯤엔 똑버스가 대중교통 체계에 획기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똑버스 운영센터에는 어느 지점에, 어느 시간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는지에 대한 '빅데이터'가 쌓이게 되고, 자율주행 똑버스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자율주행 똑버스가 골목골목을 누비고, 운행 기록이 지역과 시간대별로 '거미줄'처럼 새로운 노선을 만들어내며 자가용이 필요 없는 삶이 현실이 된다.
아직은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는 똑버스가 미래 대중교통 '혁명'의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궁극적으로는 똑타앱 하나로 버스와 택시, 지하철, 전동킥보드, 공유자전거 등 다각화된 대중교통 수단들을 연계해 개인 맞춤형 노선 설정과 결제 등을 한 번에 해결하는 한국형 원스톱 대중교통 체계인 'K-마스(MaaS)'로의 진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경기연구원 구동균 모빌리티연구실 연구위원(공학박사)은 "똑버스가 자주 이용되는 구간들의 수요, 시간대 등을 데이터로 집적하면, 이에 기반해 효율성 높은 노선들을 개발할 수 있다"며 "자율주행 보편화와 전기차량 확대를 고려해 정책을 계속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