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정치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추경의 규모와 내용, 추진 방식을 놓고 여야간 입장차가 뚜렷한 가운데 선고 이후 협상이 재개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인용시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어, 우선 이달 안에 1차 추경을 추진한 뒤 새 정부 출범후 2차 추경 집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추경 논의가 국회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우선 정부에 공식적인 추경안을 제출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정부 "10조 필수 추경"… 野 "방향 전환해야"
정부는 지난달 30일 여야 동의를 전제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안 틀을 제시했다.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불 등 재난·재해 대응 △통상·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서민·소상공인 지원 등 3대 분야를 골자로 한 추경안을 설명하면서 "여야가 취지에 동의해주면 정부가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해당 추경안에 대해 "여야 간 쟁점이 없고 반드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예산만 담았다"며 힘을 실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일 추경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해 "민주당이 헌재 결정을 앞두고 정치 투쟁에 몰입하고 있고 총리나 부총리 탄핵을 운운하고 있다"며 탓을 돌렸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지난해 12월 10일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예산을 삭감 처리했으니 이번에는 '일방적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 합의 처리하겠다'는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당초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안한 민주당은 이번 정부안이 경기 진작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에서 "국가 위기 극복 비용은 당연히 국가 공동체 모두가 부담해야 마땅하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방향 전환을 하면 좋겠는데 얼마 안 되는 추경조차도 굳이 못 하겠다고 하고, 어려운 와중에도 소위 정쟁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민주당이 예비비를 삭감해 산불 대응 예산이 부족하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관련해 이 대표는 "거짓말"이라며 "산불 예산은 당장 국회 의결 없이 쓸 수 있는 것만 해도 약 3조 5600억원"이라고 반박했다.
선고 후 추경 타협안 나올까…정부안 제출 우선
여야 대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헌재 선고 이후 추경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내에선 윤 대통령 파면으로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정부도 추경안에 더욱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또 산불로 인해 민생 안정을 위한 추경이 시급하다는 데 여야 모두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논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민주당은 기존 35조원 규모 추경안을 고수하기보다는 10~20조원 규모의 1차 추경을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통과시킨 뒤 집권 시 2차 추경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새 정부 출범 시 민생 회복을 위한 대규모 추경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 다만 전제는 정부가 먼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허영 예산결산정책조정위원장(예결위 민주당 간사)은 지난달 31일 입장문에서 "정부가 추경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기는커녕 규모만 확정하고 여야가 동의하라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고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규정한 헌법에도 반한다"며 "국회의 예산심사권을 제약하려는 정부의 태도에도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정국 불안 지속시 '추경 무산' 우려도
그러나 헌재 선고 이후에도 정국 혼란이 계속된다면 추경 처리는 더욱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에 대해 헌법·법률 위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일 최 부총리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는데, 민주당은 표결 시한이 오는 5일까지인 만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과 등을 고려해 표결 여부 등을 정하기로 했다.
향후 표결 시점과 전략에 따라 추경 논의가 다시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