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방문한 서울 동작구 중앙대 의과대학에는 적막이 흘렀다. 대부분 강의실은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다. 드물게 불이 켜진 강의실도 문이 잠긴 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약 100명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대형 강의실도 불이 꺼진 채 텅 빈 상태였다.
의대에 있는 스터디룸도 텅 비어 있었다. 불이 켜진 한 스터디룸에는 사람은 없고 노트북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 건물에서 만난 한 자연과학대 학생은 "아침부터 여기(의대 건물)에 있었지만 학생들이 몰려다니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초구 가톨릭대 의대 성의회관도 한적했다. 3~5층까지 강의실은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다른 학과 수업이 진행 중인 강의실은 찾아볼 수 있었으나 의대 수업이 있는 강의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복도에서도 의대생들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학한 의대생들이 1년여만에 100% 가까이 복귀했지만, 의대 캠퍼스는 한산하기만 했다.
전국 40개 의대 중 유일하게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기로 했던 인제대 의대생들까지 복귀하기로 결정하면서, 극소수 의대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복귀를 완료했다.
의대생 단체, '집단 수업거부' 투쟁 이어나갈 듯
의대생들은 이처럼 제적을 피하기 위해 일단 복귀 대열에 속속 합류했지만, 의대생 단체는 집단 수업거부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대한의대·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15개 의대 재학생 6571명 중 수업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 예정인 학생은 3.87%(254명)에 그쳤다"고 밝혔다. 가톨릭대는 응답자 509명 중 20명(3.93%)만이 수업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선우 의대협 비대위원장은 "각 의대 대의원(학생회장)과 긴밀하게 논의한 결과, 협회의 방향성이 '투쟁'으로 수렴됐음을 알린다"며 "각 학교에서는 대의원의 안내를 잘 따라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대와 연세대 의대 학생회도 지난달 복귀를 결정하면서 '등록 후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전국 의대 상당수는 강경파 학생들로부터 복귀생을 보호하기 위해 우선 온라인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다가, 상황을 봐서 오프라인 수업을 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지난달 26일 공지를 통해 "31일부터 첫 1~2주간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대 의대는 일단 이번 주에는 온라인 수업을 할 예정이다.
전공의들 "필요하면 돌아가겠지만…영영 떠난 경우도"
의대생들이 1년 만에 복귀하면서 함께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의정갈등 이전 이른바 '빅5' 병원의 평균 전공의 비율은 약 40%였던 만큼 이들의 복귀는 의료 공백 해결의 핵심이다.정부가 지난달 7일 '의대생 수업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 규모인 3058명으로 되돌린다고 발표한 이후, 의대생들이 100% 가까이 복귀한 상황이어서 전공의들의 '단일대오'도 다소 약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수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고학년의 경우 복귀 가능성도 높아졌다.
응급의학과 수련 4년 차 사직 전공의 A씨는 "저는 수련 기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보드'(전문의 자격증)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저학년 전공의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A씨는 "수련 1~2년 차로 수련 기간이 2~3년 남은 전공의들은 응급의학과는 하지 않을 것 같다"며 "실제 (응급의학과를) 지원하려던 선생님들이 마음을 접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각자도생'으로 살길을 모색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수련 2년 차 사직 전공의 B씨는 "(의대 증원도) 어쨌든 (증원 이전으로) 되돌아 왔고 의대생들도 결국 복학했다"며 "전공의들이 '다 함께 버티자'는 마음은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각자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돌아갈 것 같은데, 전공의들이 전원 복귀할 것 같지는 않다"며 "실제로 '그냥 전공의 안 한다'며 아예 떠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수련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도 소폭 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1672명(인턴 211명, 레지던트 1461명)이다. 아직 전공의 집단 사직 이전(1만3531명)의 12.4% 수준이지만, 전공의 출근율이 8.7%(1176명)에 불과했던 지난해 10월보다 약 500명 가까이 늘었다.
'빅5' 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 수도 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빅5' 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총 393명(인턴 73명, 레지던트 320명)이다. 이는 지난해 9월 근무 중이었던 전공의 238명보다 155명 늘어난 수준이다.
한 지역 의대 교수는 "지금도 (전공의 복귀를) 계속해서 설득하고 있다"며 "지난해보다는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다만 "여전히 정부는 물론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는 만큼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가 돼봐야 (복귀 규모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통상 7~8월에 예정돼 있으며, 현재로서는 상반기에 추가 모집을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수험생들, 입시정책 혼선으로 3년째 혼란
수험생들은 입시 정책의 혼선으로 3년째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2023년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앞둔 6월,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수능 출제 방향(이른바 킬러문항' 배제 원칙)을 언급했고, 지난해 2월에는 의대 2천명 증원 발표가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부족한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19년째 동결돼 온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천명씩 증원하기로 했다.
이후 의료계의 반발로 2025학년도에는 1509명이 늘어난 4567명을 선발했고, 2026학년도 정원은 '의대생들의 3월 복귀'를 전제로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은 정부 직속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에서 심의하도록 하는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대를 준비하는 n수생 정 모(22)양은 "처음에는 의대를 바라보고 한 건 아니었는데, 성적이 조금 높게 나와 이제 의대 쪽을 지망하면서 n수를 하게 된 것"이라며 "지금 (의대 모집 인원이)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공부하는 것도 좀 불안하고, 그 결과에 따른 영향이 저한테도 미칠 수 있으니까 최대한 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의대나 치대를 준비하는 n수생 최 모(22)양은 "'증원이 된다, 안 된다' 해서 좀 약간 불안한 건 있다. 왜 불안하냐면 지난해에도 증원이 된다고 하니까 최상위권 n수생들이 많이 유입이 됐다"고 밝혔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2025학년도에 의대 모집인원이 갑자기 확 늘어났다가, 2026학년도에는 모집인원이 줄어들지 늘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수험생들에게는 매우 큰 혼란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