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 베팅? 최상목 '美국채 투자' 논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가 경제 위기에 대응해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미국 국채 보유 논란이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경제 수장이 '원화가치 하락'을 기대하는 투자를 벌인 상황이다.

최 부총리는 30일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주재하고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겠다며 국회 통과를 위한 여야 협조를 요청했다. 국회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활한 협조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의 추경 방침이 '뒷북'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다, 특히 외환정책 수장인 최 부총리의 미국 국채 보유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최근 관보에 게재된 '공직자 정기 재산 변동 사항'에서 최 부총리가 지난해 1억 9712만원 상당의 2050년 만기 미국 국채를 매입한 게 확인됐다. 같은 날 재산이 공개된 기재부 고위공직자 18명 중 미국 국채 보유자는 최 부총리가 유일했다고 한다.

미국 국채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할수록 이득이다. 최 부총리의 채권 매입행태는 정부의 경제수장이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기를 바라는 방식의 투자를 일삼은 셈이 된다.

재산공개 내역에는 최 부총리의 채권 매입 시점이 불분명한데, 만일 채권 투자 시점이 행여 지난해 말인 경우 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3 내란사태 이후 달러 환율이 치솟아 정부가 환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던 그 시점에 매입했다면 타당성을 인정받기가 극히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한국 경제가 망가질수록 최상목 본인은 이득을 보는 '경제 파탄 베팅'인 셈"이라며 "경제 위기로 국민은 숨통이 막히고 있는데, 경제사령탑 최상목은 그 고통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느냐? 공직윤리조차 갖추지 못한 한심한 사람이 대한민국 경제수장"이라고 비판했다.

진보당 홍성규 수석대변인은 "내란사태 이후 급등한 환율 관련해 '강력하게 시장안정조치로 대응하겠다'던 그의 공언은 파렴치한 거짓말이었다. 원화를 팔아 달러에 투자해 오히려 환율 상승에 일조한 셈 아나냐"고 주장했다.

2023년 12월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모습. 연합뉴스2023년 12월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모습. 연합뉴스

앞서 최 부총리는 2년 전 국회 인사청문회 때도 미국 채권 보유가 문제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당시 미국 국채 1억 7천만원 어치를 사들였는데, 당시도 달러 환율은 2023년 1월 1200원대였다가 연말 인사청문회 시점 1300원대로 치솟는 상승기였다.

최 부총리는 논란이 된 당시 1억 7천만원 어치 미국 국채는 '처분하겠다'던 약속대로 팔아치웠지만, 지난해 다시 약 2억원 어치 국채를 사들인 게 된다. 지탄받아 시정한 행위를 거듭 벌인 최 부총리의 행태는 정치권의 비판을 사고 있다.

최 부총리 측은 "미국채를 구매하는 것 자체가 공직자윤리법이나 다른 규정상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라 팔아 재테크하는 최상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권의 부정적 인식은 최 부총리가 제안한 10조원 추경안에 대한 자세에도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과반 의석의 민주당은 "만시지탄"이라고 논평했다. 정치권의 추경 요구로부터 3달 이상 지난 시점에야 나온 '뒷북 추경'으로 여긴다.

민주당은 "추경을 뒷북 제출하면서 '급하니 국회의 심사 과정은 생략해 달라'는 태도는 묵과할 수 없다"는 경고도 내놓은 상태다. 다만 "정부안이 목적에 부합하는지, 민생경제 회복과 성장에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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