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가벼워진 이재명…조기대선 힘 받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향후 정치 행보의 발걸음이 가볍게 됐다.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았지만, 2년여에 걸쳐 자신의 발목을 잡아온 '사법리스크'라는 꼬리표를 어느 정도 떼어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檢, 날 잡으려 증거·사건 조작"…정치수사 비판한 이재명

이 대표는 이날 2심 재판을 마친 후 서울 고등지방법원 현장에서 재판부를 향해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게 먼저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을 향해서는 "이제 자신들의 행위를 좀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이런 국력낭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검찰이, 이 정권이 나를 잡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이라는 표현을 사용, 검찰을 수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관이라고 거칠게 비난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일갈은 수사 자체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향후 정치행보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자신을 향한 수사가 무리한 수사였음은 물론, 정치적인 수사였다고 비판한 셈이기 때문이다.
 

3심 남았지만 큰 부담 던 李…"尹 탄핵만 남았다"

사진공동취재단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상고 방침을 밝힌 만큼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지만, 이 대표로서는 큰 짐을 덜어냈다는 평가가 정치권의 중론이다.
 
2심 재판부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던 1심 결과를 단순히 감형하는 수준이 아닌, 전체 혐의에 대해 무죄를 판단하면서 '일부라도 유죄'라는 시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점에 대해 민주당은 호재로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이 2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법률심에 나서고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6·3·3 원칙'(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이내에 판결)을 지키려 하더라도, 헌재가 앞으로 1개월 내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하게 되면 대법원 판결 전에 조기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 동안 이 대표의 발목을 가장 세게 잡고 있었던 것이 사실 사법리스크 아니겠냐"며 "그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으니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판단 외에는 고민할 것이 사실상 없는 수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대선 구심력 강해지는 李…비명계 "당, 더욱 李 중심으로"


조기 대선 성사시 펼쳐지게 될 당내 경쟁에서도 이 대표의 구심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이른바 비명(비이재명)계 대권 잠룡들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그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에 대비해 당내에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미리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자신들의 움직임에 주목해달라는 목소리였지만, 이 대표에 대한 가장 큰 우려 요소가 이번 판결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된 탓에 비명계의 활동 공간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 잠룡 중 이 대표를 제외한 인사들은 유의미한 지지율을 얻지 못해 이름이 빠지거나, 이름을 올리더라도 반전의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을 기록했다.
 
한 비명계 잠룡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안고서 경선을 치르더라도 독주가 예상돼왔는데, 이제 그 요소마저 사라지게 됐다"며 "이제 당이 더욱 이 대표 중심으로 모이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법원 나서자 안동 향한 李…"민생행보 더 힘줄 것"

이 대표의 행보는 이미 대선을 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일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신속 선고, 한덕수·최상목 두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등을 강조해왔던 이 대표는 이날 판결 후에는 민생 관련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 정권과 검찰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산불 예방이나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느냐"며 "사실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산불이 번져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에서 나와서는 곧바로 안동으로 이동, 안동체육관으로 대피한 이재민들과 만나 애로사항을 경청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당초에도 민생 행보를 이어갔지만,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으로 인해 다소 가려졌던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는 민생행보에 조금 더 힘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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