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2일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혁명 후 "소위 탄핵 세력의 연합이 필요했다"며 "구조적 소수의 입장에 있던 민주당이 실제로는 진보세력이라 하기 어렵기에 그때 구조적 다수로 전환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당의 정체성 논란을 부른 '중도보수' 정의와 같은 맥락에서, 범(凡)민주세력을 "안정적인 이 사회의 주류로 만들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정권교체 이후 진영 양극화와 계엄으로까지 치달은 정치 파행을 부른 데엔 야당의 책임도 일부 있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 나이트'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해 온 보수논객, 정규재TV 정규재 대표와 탄핵 정국을 비롯한 현안에 대해 1시간 30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그는 과반(60%)의 국민은 탄핵에 찬성하지만 '35%'는 여전히 반대한다고 응답한 최근 여론조사 동향 관련 의견을 묻는 진행자 질문에 "탈진실의 시대고 한편으로는 극단주의가 횡행한다"며 "이런 근본적 문제들이 있는데, 우리 사회에는 진보도 보수도, 극좌·극우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탄핵을 하지 말라'고 해서 그 소망대로 탄핵이 안 된다면 앞으로 헌법재판소 판례상 대통령은 아무 때나 계몽을 위해 군대를 동원, 헌법기관을 마구 침탈하고 국회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거나 필요하면 폭탄을 들 수 있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여당 지지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그에 따른 문재인 정부 당시 '적폐청산'에 트라우마가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고, 이 대표는 "상당 부분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보수의 대궤멸'이라 말씀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보수의 복귀를 사실은 허용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에서 '보수'라는 이름을 쓰는 한 덩어리로서의 정치세력은 진정한 의미의 보수가 아니라 참칭하는 수구반동 세력이다. 이는 보수의 불행"이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지난 촛불혁명 이후 저희도 반성적 고려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민주당이 과거 광장에서 촛불을 함께 들었던 세력을 포용하고 통합하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이 대표는 "그걸 못해서 다 되돌아갔다"며 "(정치사회 구조가) 원위치 되는 바람에 '있을 수 없는 일'(계엄사태)이 벌어졌는데도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등 둔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당 내에서도 '박 전 대통령 때처럼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버티고 보자'는 심리로 이어져 대치 심화를 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런 점에서 우리의 잘못이 크다. (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석방을 계기로 더 강경해진 국민의힘을 두고 "걱정된다"는 표현도 썼다.
조기대선을 내다볼 때 결국 '중도층 싸움'인 선거공학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는 이익인 게 분명하다"면서도 "즐겁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저쪽이 너무 극보수로 가면 우리가 중도 영역에서 활동하기 편하다"면서도 "그런데 이렇게 되면 새도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하는데 세상이 극단화돼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촛불혁명 후 대혼란이 있을 때 개헌도 했어야 하고 세력 재편도 해서, 합리적 보수 진영과 합리적인 진보가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그 기회를 놓쳤다"며 "이번에는 기회를 잃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최근 '29번의 줄탄핵'을 이유로 여당이 아닌 야당이 '내란세력'이라는 비판이 돌아오는 데 대해서는 "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그걸 좋다고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우리도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최소한 헌법적 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주어진 권한을 과하게 행사했다는 비난을 받을지언정 그것을 벗어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어떤 이유로도 집에 불은 지르면(계엄을 저지르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대담에서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응답률 14.2%,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한 결과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