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52일 만에 관저로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을 바라보는 여당은 겉으로 일제히 '환영'의 메시지를 내면서도 속내는 복잡한 모양새다.
특히 당 지도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가 애당초 위법이었다며 '내란몰이' 주장을 이어가면서도, 대통령에 대한 기소 자체가 무효라는 일부 친윤(親윤석열)계 의원들의 입장에는 선 긋기를 하고 있다.
'적법절차' 강조, 헌재 압박은 자제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 석방 직후 열린 10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서울중앙지법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이 '적법 절차의 원칙'에 부합한 결론이었다는 주장을 부각시켰다. 이에 불복한 더불어민주당이 심우정 검찰총장을 상대로 '30번째 탄핵'을 시도하려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권성동 원내대표는 "법원이 대통령 구속취소를 결정한 이유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대통령을 수사하고, 구속 기간을 검찰과 쪼개어 나눠 쓰기를 하는 등 적법 절차를 훼손했기 때문"이라며 "사법기관이라도 절차적 흠결을 저지르면서까지 인권을 침해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구속기간 만료 상태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봄이 상당함에 따라, 윤 대통령의 구속기소 과정에서 '불법구금'이 발생했다는 서울중앙지법의 결정 취지를 내세우며 공수처의 수사과정에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입증됐다고 직격한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한 법원 판단이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여당은 피의자에 대한 '인권 침해'를 바로잡은 결정이란 데 초점을 맞췄다.
권 원내대표는 또 심 총장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 탄핵안 발의를 예고한 민주당 등 야 5당을 향해 "즉시항고라는 위헌적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탄핵하려 한다. 즉 검찰총장이 '법을 지켰다'고 탄핵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사법부를 정치화하고 법치를 파괴하려는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재판관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들어 헌재를 압박해온 여당을 비판해온 야당의 '겁박'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다만,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 또는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가진 않았다.
권 비대위원장은 "헌재가 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피의자 신문조서, 수사기록 등을 증거로 삼은 만큼 수사의 부당성을 지적한 이번 (구속취소) 판결을 당연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는 "지금은 차분하게 민생을 살피면서 헌재의 판결을 기다릴 때"라며 헌재의 신속한 '인용'을 촉구한 야당을 에둘러 때렸다. 권 원내대표도 비상체제로 돌입한 민주당 측에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하지 말라며 "질서 있는 수습과 안정"을 강조했다.
앞서 지도부가 지난 8일 대검찰청 앞에서 긴급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대통령 즉각 석방'을 압박한 데 비해 톤이 사뭇 완화된 모습이다.
尹관저 예방 밝히면서도…"당 운영방향 등 논의 없었다"
이러한 기류는 권 원내대표가 대통령에 대한 '내란수괴 혐의 기소 자체가 무효'라는 일부 중진 의원들의 주장에 선을 그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지난 9일 나경원·윤상현 의원 등이 탄핵심판 각하와 함께 공소 기각을 주장한 데 대한 생각을 물은 기자의 질의에 "나중에 법원이 재판에서 판단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이는 그동안 의원들의 '반탄(탄핵 반대) 집회' 참석을 종용하지는 않되, 막지도 않아온 노선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속취소 결정을 토대로 '탄핵 뒤집기'까지 시도했다가는, '계엄 옹호 정당'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구속 취소가 빠르면 이번 주로 예상되는 헌재 선고 '일정'이 아닌 '결과'에 영향을 미칠 확률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당 내부에서 윤 대통령이 이른바 '관저 정치'에 나설 경우 중도층 이탈이 가속화될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를 의식한 듯 여당은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를 찾아 윤 대통령과 30분 가량 '차담'을 나눈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정치적 논의는 일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감기간 '당을 잘 이끌어줘서 고맙다'는 대통령의 인사 외 당의 운영방향 등은 대화 주제가 아니었다는 전언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집회 참석 등 거리에 나오게 되면 우리에겐 (결과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은 11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정국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