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그리기', 수묵화의 틀을 깨고 '충동'에 빠져들다"

김선두 화백의 '탕진수묵' 16번째 전시
손현기 작가 개인전 '충동 IMPULSE'
인영갤러리에서 10일까지

손현기, 충동-겹, 한지에 먹, 70x135cm, 인영갤러리 제공
'탕진수묵', 수묵을 탕진(蕩盡)하다는 뜻이다.

기존의 수묵화를 탕진해 버리고 필묵의 탄탄한 기본을 토대로 자유롭고 새로운 자신의 형식을 지닌 수묵화를 그릴 수 있는 한국화 작가 양성을 목표로, 대표적인 한국화가 김선두 화백(67, 중앙대 한국화과 명예교수)이 지도하고 있는 전통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수묵드로잉 작가양성과정의 이름이다.

전통 기법으로 현대적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온 김 화백은 임권택 감독 영화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의 그림 대역을 맡고, 김훈 소설 '남한산성' 표지화를 그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사군자의 선, 즉 곡선(蘭난), 직선(竹죽), 반곡선(菊국), 반직선(梅매)을 바탕으로 한 '수묵드로잉' 수업을 통해 작가로서의 기초를 다지고 현대 미술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가를 키워내는 과정으로 2019년 2명, 2020년 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 안현, 서정연, 백승주, 손현기 작가를 졸업자로 냈다.

손현기 작가의 개인전 '충동 IMPULSE'가 10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영갤러리에서 열린다. 손 작가 제공
전통문화재단 평생교육원이 김선두 화백의 수묵드로잉 작가양성과정 졸업기념 개인전 '탕진수묵전'을 연다. '탕진수묵' 16번째 전시는 10일까지 손현기 작가의 '충동 IMPULSE', 17번째 전시로 12일부터 17일까지 서정연 작가의 '봄의 왈츠 Spring Waltz', 18번째 전시는 19일부터 24일까지 백승주 작가의 '풀숲의 시간', 19번째 전시로는 26일부터 31일까지 안현 작가의 '풀꽃나무'가 서울 인사동 인영갤러리에서 열린다.

중앙대학교 한국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과를 수료한 손현기 작가는 겸재정선기념관 4개 미술대학 청년작가 초청기획전과 항저우 항여미술관 '우연히 문득 만나다' 등 1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김선두 화백은 제자인 손 작가에 대해 "굉장히 개성이 강하고 야일(野逸, 겉치레를 하지 않은 그대로의 상태, 모습)하다"고 평가했다.  

 "에너지가 조용한데 안에는 뜨거운 것 같아서 나중에 품어 나오는데 그 정제되지 않는, 타고난 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

손현기, 별과 벌레사이, 한지에 채색, 135x70cm, 2025, 손 작가 제공, 충동-소란, 한지에 채색, 70x135cm, 2025, 인영갤러리 제공
손 작가의 작품은 힘이 넘치면서도 섬세하고 자유로웠다.  

6일 전시장에서 만난 손 작가는 "틀에 맞춰서 그리려다가 하다 보니까 여기에 너무 맹목적으로 내가 갇혀 있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며 "삶에 억눌려 있는 그걸 벗어나고자 하는 목적으로 '충동'을 주제로 잡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김 화백의 수묵드로잉 작가양성과정에서 '눈 감고 그리기'를 꼽았다.

이미지를 상상하고 눈을 감고 그리는데 눈을 떠 보면 생각한 그림이 아니라는 것이 신기했다는 것. '눈 감고 그리기'를 통해 잘 그려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난 '해방감'도 전했다.

 "보고 그렸을 때 감각의 감각과 안 보고 그렸을 때 감각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건 많이 재밌더라고요. "

이번 전시회에는 '충동-겹', '충동-소란'과 '하얀 그늘' 등 모두 26점이 전시됐다. 그동안 작업한 1000여 점의 작품 가운데 엄선했다.

그래피티(건물 벽 등에 그리는 그림이나 낙서)처럼 그림자를 표현한 '충동-소란', 밤하늘과 반딧불을 표현한 '별과 벌레사이'도 눈에 띈다.

손현기, 난의 말, 한지에 먹, 140x90cm, 2020-2021, 손 작가 제공
 "동양화가 가지는 틀이랑 선이랑 이런 게 만화랑 연관이 많더라고요. 선이 가면 결국은 이제 그것도 하나의 틀이잖아요. 형태, 외곽도 만들고, 그래서 먹선을 중요시 여기고 형태감을 만들어내잖아요. 그거를 만화랑 같이 섞어 가지고 (틀을) 일부러 좀 깨부숴 보기도 하고…"

'난의 말'에는 그의 말대로 틀을 깨는 듯 고양이를 소재로 한 만화 같은 수묵화가 펼쳐져 있다.

이날 전시장에 참석한 동료작가는 "평소 과묵한 편인 손 작가의 작품에서 엄청난 힘과 에너지가 넘치는 것을 봤다"며 "내재된 힘이 모아져 분출된 것 같다"고 했다.

손현기 작가의 개인전 '충동 IMPULSE'가 10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영갤러리에서 열린다. 인영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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