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수묵화를 탕진해 버리고 필묵의 탄탄한 기본을 토대로 자유롭고 새로운 자신의 형식을 지닌 수묵화를 그릴 수 있는 한국화 작가 양성을 목표로, 대표적인 한국화가 김선두 화백(67, 중앙대 한국화과 명예교수)이 지도하고 있는 전통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수묵드로잉 작가양성과정의 이름이다.
전통 기법으로 현대적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온 김 화백은 임권택 감독 영화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의 그림 대역을 맡고, 김훈 소설 '남한산성' 표지화를 그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사군자의 선, 즉 곡선(蘭난), 직선(竹죽), 반곡선(菊국), 반직선(梅매)을 바탕으로 한 '수묵드로잉' 수업을 통해 작가로서의 기초를 다지고 현대 미술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가를 키워내는 과정으로 2019년 2명, 2020년 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 안현, 서정연, 백승주, 손현기 작가를 졸업자로 냈다.
중앙대학교 한국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과를 수료한 손현기 작가는 겸재정선기념관 4개 미술대학 청년작가 초청기획전과 항저우 항여미술관 '우연히 문득 만나다' 등 1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김선두 화백은 제자인 손 작가에 대해 "굉장히 개성이 강하고 야일(野逸, 겉치레를 하지 않은 그대로의 상태, 모습)하다"고 평가했다.
"에너지가 조용한데 안에는 뜨거운 것 같아서 나중에 품어 나오는데 그 정제되지 않는, 타고난 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
6일 전시장에서 만난 손 작가는 "틀에 맞춰서 그리려다가 하다 보니까 여기에 너무 맹목적으로 내가 갇혀 있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며 "삶에 억눌려 있는 그걸 벗어나고자 하는 목적으로 '충동'을 주제로 잡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김 화백의 수묵드로잉 작가양성과정에서 '눈 감고 그리기'를 꼽았다.
이미지를 상상하고 눈을 감고 그리는데 눈을 떠 보면 생각한 그림이 아니라는 것이 신기했다는 것. '눈 감고 그리기'를 통해 잘 그려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난 '해방감'도 전했다.
"보고 그렸을 때 감각의 감각과 안 보고 그렸을 때 감각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건 많이 재밌더라고요. "
이번 전시회에는 '충동-겹', '충동-소란'과 '하얀 그늘' 등 모두 26점이 전시됐다. 그동안 작업한 1000여 점의 작품 가운데 엄선했다.
그래피티(건물 벽 등에 그리는 그림이나 낙서)처럼 그림자를 표현한 '충동-소란', 밤하늘과 반딧불을 표현한 '별과 벌레사이'도 눈에 띈다.
'난의 말'에는 그의 말대로 틀을 깨는 듯 고양이를 소재로 한 만화 같은 수묵화가 펼쳐져 있다.
이날 전시장에 참석한 동료작가는 "평소 과묵한 편인 손 작가의 작품에서 엄청난 힘과 에너지가 넘치는 것을 봤다"며 "내재된 힘이 모아져 분출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