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조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국민의힘 잠룡들의 행보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입 밖으로 '조기 대선'을 꺼내진 못하지만, 선거 운동 기간이 두 달로 짧아지는 만큼 선제적으로 공개 행보를 늘리며 몸을 푸는 분위기다.
한동훈, 尹·李 모두 비판하며 "시대 교체 필요"
5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를 열고 "선수만 교체해 가지고는 우리는 더 잔인해지고 더 표독스러워질 것"이라며 "이번에는 선수 교체가 아닌 시대 교체를 꼭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좋은 정치를 하고 싶다. 여러분이 함께해 주신다면 제가 좋은 정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대한민국에 좋은 정치가, 자기만 생각하지 않고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좋은 정치가 정말로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 전 대표는 야당의 29번의 연쇄 탄핵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싸잡아 비판하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한 87체제의 종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탄핵 기각'을 염원하는 지지층을 의식한 듯 '조기 대선'과 연관 짓는 해석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한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 일정을 미리 속단해서 말씀드리지는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간 숨죽여왔던 여권내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도 이날 행사에 대거 참석하면서 한 전 대표와 함께 활동을 재개하는 모양새다.
원내에서는 곽규택·고동진·김상욱·김소희·김예지·김태호·박정하·박정훈·배현진·우재준·정성국·정연국·진종오·한지아 의원 등이 참석했고, 원외에서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과 윤희석 전 대변인 등이 자리했다.
지난달 26일 저서를 출간한 뒤, 이달 2일 '제2연평해전'을 다룬 연극 관람을 시작으로 공개 행보에 나선 한 전 대표는 추후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오는 5일에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도 나선다.
'탄찬' 오세훈, 아스팔트 눈치?…"尹, 불구속 상태서 재판 받아야"
오세훈 서울시장도 "윤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연일 조기 대선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오 시장은 서울 영등포구 서울핀테크랩에서 열린 '핀테크 스타트업 간담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비록 내란죄로 재판받는 상황이긴 하지만 계속 구속 상태가 유지될 필요가 있냐는 문제부터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재판소 재판을 통해 어느 정도 증거와 증언이 다 확보된 상태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것은 온 국민이 상식선에서 인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을 달래려는 행보로 보인다.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우선 당내 경선 통과가 필수인데, 오 시장이 일찌감치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을 냈다가 지지층들로부터 몰매를 맞은 바 있기 때문이다.
서울行 홍준표, 부산行 안철수…유승민·원희룡 '정책 메시지'
홍준표 대구시장 또한 이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해 국회에서 나흘째 단식 농성 중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을 위로차 찾았다. 지지층 구애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홍 시장은 "윤 대통령 탄핵은 잘못"이라며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만약 21대 대선이 초기에 치러진다면 시장직을 내려놓고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이날도 홍 시장은 본인 페이스북에 "지난번 대구로 하방한 게 24번째 이사였다. 3년 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온다면 나는 노마드(nomad·유목민) 이상도 이하도 아닌 대한민국 방랑자"라며 조기 대선을 전제로 한 출마 의사를 재차 밝히기도 했다.
오 시장과 홍 시장도 각각 조만간 저서를 내겠다고 예고한 만큼, 이후 한 전 대표처럼 북콘서트 등을 통해 시민들과의 접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고향인 부산을 찾아 박형준 시장과 면담하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고, 원희룡 전 장관과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페이스북에 연일 정책 관련 메시지를 올리는 등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