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마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이 파국으로 끝나며 국제사회는 긴장에 휩싸였다. '영원한 동맹은 없다'는 현실을 일깨우는 트럼프식 외교에 동맹국들 또한 나름의 협상전략을 수립하는 가운데, 탄핵 정국으로 공백상태인 한국 외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日은 '선물공세', 유럽은 '자강'…갈피 못 잡는 韓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열린 미‧우크라이나 회담에서 트럼프는 러시아를 두둔하며 공개 면박을 줬고 결국 젤렌스키는 쫓기듯 백악관을 나서는 수모를 당했다.이례적인 공개 설전 끝 파국으로 마무리된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외교를 거래로 여기는 트럼프식 '미국 일방주의' 외교의 단면이라는 평가다.
동맹국과 적국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익을 추구하는 트럼프의 질주에 각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유럽은 미국의 안보에 의존할 수 없다고 보고 핵보유국인 영국·프랑스와 핵 공유를 논의하고, 공동 국방기금 조성을 검토하는 등 자강에 나서고 있다.
반면 일본은 트럼프의 입맛 맞추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달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1조달러(약 1456조원) 규모의 대미투자를 포함해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 방위비 2배 증액 등의 선물보따리를 안겼다.
'저자세 외교'라는 국내외 비판이 있지만, 미국의 관세 공세를 막아서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도 함께 나왔다.
한국의 대미외교 협상전략은 명확치 않다. 탄핵정국 속에서 세계 안보와 무역질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탓이다. 정상회담은커녕 트럼프와의 전화통화도 없었다.
조태열 외교부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의 외교장관회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의 면담 등 각 부처들의 접촉 노력만 각개전투 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 한국엔 잠잠한 트럼프? "청구서는 시간문제"
미국 대선 기간 한국을 '머니머신(현급지급기)'이라 부르며 방위비 인상 등을 예고했던 트럼프는 취임 후 아직까지는 한국을 콕 짚어 정조준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청구서가 한반도에 도착하기까지는 시간문제라고 봤다. 분주히 대미 협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트럼프는 지금 한국을 흔들어봤자 얻을 게 없기 때문에 최소 탄핵심판 결과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려 할 것"이라며 "러우전쟁과 관세문제를 우선 마무리하고 한국 정치문제가 안정되면 바로 한국을 겨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교수는 "현 단계에선 트럼프가 한국에 무엇을 원하는지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확인하는 물밑작업과 공식 외교작업이 동시에 분주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노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며 "안보경제 측면에서 협상전략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선 트럼프에게 정신없이 두드려 맞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신범식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장도 CBS라디오에 "미국과 행보를 맞추며 트럼프 2기 미국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의 안보와 운명을 위해 미국의 움직임을 잘 동조하며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