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불러놓고…與결집도 막아서는 '尹心'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계몽령' 주장을 이어가며, 옥중에서 정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자신에 대한 탄핵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고, 이번 달 중순 즈음으로 예상되는 탄핵 심판에서 유리해지기 위한 목적이다.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같은 '옥중 정치'는 국민과 정치권에 역기능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3.1절 여야 의원들과 시민들이 반대 진영으로 엇갈려 극심한 분열상을 노출한 것이 역효과의 단면이다.

여기에 더해 탄핵이 인용될 경우 치러지게 돼 있는 조기 대선을 중심에 놓고 봐도 보수 여당에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요 대선 주자들이 탄핵 찬반으로 나뉜 결과를 초래해 경선을 치르더라도 최종 후보 선정 단계에서 결집과 시너지 효과가 제한 받을 수 있다.

또 그간 여론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했던 군소 주자들도 너나 없이 '윤심(尹心·윤석열의 의중)'을 표방하며 출마하겠다는 태세여서 자칫 대선 경선 판이 실제 대권을 쥐기 위한 경쟁의 장이 되기보다 차기 당권을 겨냥한 '축소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尹 "건강하다, 잘 있다"…"냄비속 개구리", 尹측 '계몽령' 또 호소 

윤 대통령이 3·1절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나는 건강하다. 잘 있다"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의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해 "오늘 아침 대통령을 뵙고 이 자리에 와서 인사를 전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대통령께서는 정말 한없는 고마움의 표정을 지으시고 '나는 건강하다. 잘 있다'는 인사를 꼭 전해달라고 하신다"고 전했다.
 
별도의 옥중서신이나 입장문을 내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짧은 메시지로 대신했다. 선고를 앞둔 민감한 시기임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러면서도 석 변호사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대통령은 여러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계엄을 선포했던 것"이라며 "정말 얼마나 많은 불공정, 불법, 탈법, 비상식이 난무하고 있나. 이것이 내란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간 반복했던 계몽령(계엄이 아닌 계몽) 주장을 석 변호사의 입을 빌어 또 전한 셈이다. 국회에서 야당이 장관들에 대한 탄핵을 반복했고, 공수처의 불법 수사가 있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부정선거 의혹을 은폐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반대에 나선 지지층을 겨냥한 '결집' 발언 역시 반복했다. 석 변호사는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이, 청년들이 이러한 비상 위기를 알아준다면 '나의 이 고초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얘기한다"며 "윤 대통령, 우리 보수우파 대통령이 거짓 뉴스, 사실 왜곡, 공작으로 다시 탄핵을 당하는 일이 또 있어야 되겠나. 여러분이 끝까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계엄이 촉발한 분열로 점철된 3.1절 '거리 정치'

1일 서울 광화문역 일대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류영주 기자

하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이 촉발한 극도의 혼란상은 3.1 도심 집회에서도 확인됐다. 여야 의원들은 각각 윤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에 대규모로 참석해 여론전을 폈다. 3.1절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통합"을 당부했지만, 정치권은 여지 없이 양 극단으로 분열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각각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대거 참석해 탄핵 기각을 촉구했다.

김기현·나경원·윤상현·추경호 등 당 소속 의원 37명은 이날 보수성향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여의도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 중 일부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광화문 집회에도 참석해 연설했다.

김기현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대한민국은 '좌파 강점기'에 들어서고 있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번 계엄·탄핵 사태로 알게 된 입법·사법·언론에 암약하고 있는 좌파 기득권 세력을 척결하고, 우리 안에 기회만 엿보는 기회주의자들을 분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5개 야당은 종로구 안국동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공동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윤 대통령 파면과 국민의힘 심판을 주장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 자리에서 "12월 3일 내란의 밤이 계속됐다면 아마 연평도로 가는 깊은 바닷속 어딘가에서 꽃게밥이 됐을 것"이라며 "아직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빛의 혁명도 완성되지 않았다. 함께 손잡고 상식과 도의를 복구하자"고 말했다.

중도 70% '탄핵 찬성'…與 '탄핵 입장' 정리해야 승산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무선 전화면접)을 대상으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36%, 민주당 38%,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2%, 무당층 19% 등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9%, 반대한다는 응답은 35%였다. 조기 대선시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51%,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38%였다.

이 같은 결과를 중도층 위주로 분석하면 탄핵 찬성과 정권교체론의 비중은 상승한다. 중도층의 70%가 탄핵에 찬성했고 23%가 반대했다. 중도층의 62%가 정권 교체를 원했고, 27%는 정권 유지를 희망했다. 전체 응답자 중 중도 및 성향 유보층은 42%, 보수층은 32%, 진보층은 26%였다.

여야 정당 지지율이 35% 안팎에서 경쟁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중도 유권자의 표심이 대선을 좌우할 주요 변수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와 결집 유도가 단기적으로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유리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윤석열 선긋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후보를 놓고 구도를 상정하면 이 같은 '선긋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점도 드러난다. '장래 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에 이재명 35%, 김문수 10%, 한동훈·홍준표 4%, 오세훈 3%, 안철수·유승민·이준석 1% 등이었다.

여권 주자들의 지지율 합산(24%)이 야당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35%)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각 주자들이 탄핵을 중심으로 입장이 엇갈려 있어 개별 지지층이 결합하기도 힘든 구조다. 탄핵에 대한 찬반이 여당 대선 경선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 '결집'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 없어 보이는 대목이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4.5%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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