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특히 '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뿐만 아니라 유력 대선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관련 의혹까지 살펴보고 있어, 이번 수사가 정국을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거리 출장 조사까지…본격 수사 속도 내는 검찰
지난 17일 검찰은 창원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선정 의혹 등과 관련해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등 사건 관련자들을 추가 기소했다.이어 남은 사건인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여론조사 결과 조작 의혹 △여론조사 무상제공 의혹 등에 대해선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겨 앞으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건 관련자 대부분이 창원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한 선택이다.
이후 검찰은 곧장 장거리 출장 조사에 나서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날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오전 10시부터 창원교도소에 수감된 명씨를 불러 창원지검에서 대면 조사했다.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고 난 이후 명씨에 대한 첫 조사로, 조사는 이날까지 이틀 간 진행된다.
명씨를 서울에 불러 조사하기에는 거쳐야 할 절차가 많고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에, 검찰이 신속한 수사를 위해 직접 창원까지 나선 것이다.
명씨 측 여태형 변호사는 창원에서 조사가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서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검찰 측에서 배려를 해 준 게 아닐까 한다"며 "명씨는 창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고 교도 행정과 관련해서 서울에 출장을 가는 부분들이 쉽지 않은 게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홍준표…유력 대선주자 향하는 檢 칼끝
검찰 수사의 칼끝은 명씨와 연루된 의혹을 받는 유력 대선주자들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우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 대상이다. 오 시장은 자신의 최측근인 후원자 김한정씨를 통해 명태균씨로부터 비공표 여론조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검찰은 해당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 26일 김씨의 서울 자택과 사무실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씨는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태균씨가 실소유주인 여론조사 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에 2021년 2월 1일 1천만원 입금을 시작으로 5일 550만원, 18일 550만원, 23일 700만원, 3월 26일 500만원 등 총 3300만원을 보낸 의혹을 받고 있다.
돈이 입금되는 중간중간 명씨가 오 시장을 위한 '비공표 여론조사'를 진행,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까지 총 13차례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이 제기됐다.
심지어 오 시장과 김씨, 명씨가 '3자 회동'을 하는 등 명씨가 오 시장을 지난 2021년 1월 20일·23일·28일, 그리고 2월 중순까지 총 4번 직접 만난 적이 있다고 검찰에 진술한 정황이 CBS노컷뉴스 보도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명씨는 첫 만남 이후 오 시장이 전화를 걸어와 "나경원이 (여론조사에서)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내가) 이기는 방법을 알려달라", "빨리 서울로 올라오라"는 등의 언급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오 시장은 "명씨가 옥중에서 일방적으로 쓰는 소설에 불과하다"며 "캠프 내 그 누구도 여론조사를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명씨와의 인연 및 의혹 전반을 부인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 또한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 홍 시장은 자신의 최측근을 통해 명씨 측에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당시 최소 6차례 이상 불법 여론조사를 의뢰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검찰이 홍 시장의 측근 A씨가 지난 대선 경선 시점부터 지방선거 무렵(2021년 10월 20일부터 2022년 4월 17일)까지 명씨 측에 여론조사를 대가로 10차례에 걸쳐 3720만원을 입금한 것을 파악한 사실이 CBS노컷뉴스 보도로 드러났다.
A씨 외에도 홍 시장 측근인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과 최용휘 전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예비후보 또한 홍 시장 관련 여론조사를 명씨에게 의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심지어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4년 3월 중소기업융합경남연합회(연합회)에서 당시 연합회 사무총장이던 명씨가 사회를 보고, 홍 시장(당시 경남지사)이 축사를 하며 같은 공간에 자리한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명씨의 아내 또한 SNS에 '2016년 명씨가 발행한 잡지의 표지모델이 홍 시장이었다'는 내용의 사진을 올려, 명씨와 홍 시장의 관계가 오래됐음을 암시하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명씨가 '내가 장인보다 자주 만난 사람이 홍준표'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명씨와 홍 시장의 인연이 10년이 넘은 끈끈한 사이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홍 시장은 최근 명씨에 대해 "명태균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1년 6월 우리 당 전당대회 때 이 대표를 도와달라고 대구 수성을 사무실에 찾아왔길래 명태균은 나가라고 하고 이 대표하고 단독 면담을 10분 한 게 명태균 관련의 전부"라고 의혹을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이 오 시장이나 홍 시장과 관련된 의혹들을 규명할 실마리를 찾아낸다면, 두 유력 대선주자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尹 공천개입 의혹'도 수사…김건희 여사 소환할까
검찰은 오 시장과 홍 시장을 넘어 윤 대통령 부부까지도 겨냥할 전망이다. 전날 명씨 측 여태형 변호사는 "흘러가는 상황상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관련 부분에 대한 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특히 명씨와 수시로 소통한 것으로 알려진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검찰은 디올백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과 관련 김 여사에게 서면조사와 제3의 장소 비공개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번엔 소환 조사 가능성도 거론되는 모양새다.
최근 시사IN이 김 여사가 명씨와 통화한 육성을 공개하면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의 공천 개입 의혹에 무게가 더욱 실렸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취임식 전날이자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인 지난 2022년 5월 9일 이뤄진 김 여사와 명씨의 통화 속에서 김 여사는 "(윤석열) 당선인이 전화를 했고 밀으라고 했다"라고 말하자, 명씨는 "고맙다"라고 답한다.
통화 다음날인 2022년 5월 10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김 전 의원을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에 단수 공천했다.
이번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의 육성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인데, 공천 개입 의혹이 한층 더 짙어진 상황에서 검찰은 김 여사 소환 조사까지도 고려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윤 대통령의 경우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기 때문에 당장 조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불소추 특권이 적용된다.
다만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이후에는 조사가 가능해진다. 탄핵 인용 여부에 따라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직접 조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전날 '명태균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가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