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제3회 아르브뤼미술상 수상자 13명의 작품 45점으로 구성된다.
'아르브뤼미술상'은 국민일보가 한국 1세대 실험미술 거장 이건용(83) 작가의 후원을 받아 지난 2023년 제정한 상이다. 당시 평소 발달장애인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김건희 여사가 전시장을 방문해 "하나같이 작품성이 너무 좋다. 진지하면서도 굉장히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해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그림들"이라고 평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술상 이름은 프랑스 화가 장 드뷔페가 아마추어, 어린이, 자폐아 등의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미술 세계를 '아르 브뤼(Art Brut·원생미술)'라고 표현한 데서 따왔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아르브뤼미술상'은 장애인 예술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미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호평받고 있다.
이 작가는 "기성작가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순수함과 우직함이 보인다. 창작을 통해 자신들이 본 세상의 아름다움을 남과 공유할 수 있다니 '예술은 참으로 위대하구나!' 싶다"며 "세상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느끼게 해 준 수상 작가들과 그 가족들을 힘껏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부친과 동생이 목사로 활동한 독실한 기독교 집안 출신이다. 지난 2019년부터 매년 지구촌 취약 아동 돕기에 앞장서 잠비아 식수사업에만 수억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전시 제목은 자신의 이름을 친절하게 불러준 사람들을 그리고, 제목마다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를 넣는 이진원(25)의 대상 수상작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기에 '지금'이라는 단어를 추가함으로써 장애·비장애인이 위계 없이 어울려 사는 사회를 향한 행동을 촉구한다.
1부 '인간과 동·식물'에서는 가족과 주변 사람, 호랑이와 황소, 꽃과 나무 등을 주로 그리는 작가 이진원, 김동후, 강다연, 손제형, 송정하가 우리에게 익숙한 대상인 인간과 동·식물을 신경다양성의 창을 통해 낯설게 감각하게 한다.
2부 '일상'에서는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거나 행복했던 순간을 섬세하게 기록하는 네 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만난다. 자동차·버스 등 탈 것의 세부 부품을 그려 동력을 표현하고 이를 미디어아트로 제작한 권세진의 차량들, 격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권중강의 오락 캐릭터들, 반려견 깜봉이와의 행복한 추억을 담은 신의현의 레고 세계, 독립적 삶의 기쁨을 가득 담은 김진수의 집을 통해 바쁜 현대인들이 놓치고 사는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전시장에 바퀴달린 '꼬마 관람차'에 앉아 낮은 시선에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 전시장에서 꼬마 관람차에 앉아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을 볼 수 있었다.
공모전을 총괄기획한 손영옥 국민일보 미술전문기자는 "제3회 아르브뤼미술상은 미술의 범주를 넘어 신경다양성 작가들이 사회성을 기르고, 다른 사람과 어울려 섞여 사는 사회, 즉 포용적 예술을 넘어 포용적 사회를 꿈꾸는 전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