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의도 면적 15배에 달하는 개발제한구역(GB·그린벨트)을 해제해 국가·지역전략사업을 선정, 육성하기로 하면서 지역 경기 활성화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정부의 조치로 그린벨트 비수도권 국가·지역전략사업으로 선정된 곳은 15곳이다. 구체적인 권역별로 보면 창원권 4곳, 부산·울산·광주권이 각 3곳, 대전·대구권 각 1곳 등이다. 국가·지역 전략사업은 정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지역 균형 발전 목적의 규제 완화책이다.
국토부가 선정한 15곳은 △창원권(진해신항 항만배후단지·도심융합기술단지·도심생활복합단지·진영 일반산단) △부산권(동북아물류플랫폼·제2에코델타시티·첨단사이언스파크) △광주권(미래차 국가산단·장성 나노 제2일반산단·담양 제2일반산단) △울산권(수소 융복합밸리 산단·U-밸리 일반산단·성안 약사 일반산단) △대전권(나노반도체 국가산단) △대구권(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등이다.
선정 지역은 그린벨트 총량 제한과 무관하게 개발할 수 있고, 환경평가 1·2등급지도 대체지 지정을 조건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 허용된다.
국토부 측은 "관계기관과 협의해 예비타당성 조사 등 관련 행정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그린벨트 해제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조치가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 발전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의 기회로 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구 감소 등으로 지방 소멸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그린벨트 보존 가치도 중요하지만, 지방은 가속하는 슬럼화 현상, 먹거리 기능 창출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산업단지 조성이 생활인구와 자족기능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다만 산단과 물류, 도시개발 완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 모집 등 산업 생태계 활성화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고 지자체도 지방세나 취득세 등 세제 혜택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이번 총사업비 규모는 27조 8천억 원이다. 해제하기로 한 그린벨트 면적은 42㎢로 여의도 면적의 9배 규모다.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생산유발효과 약 124조5천억원, 고용유발효과 38만여 명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또 이번에 선정한 15곳 사업 중 지역 특화 산업을 집적·육성함에 따라 균형 발전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물류단지 조성이 10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광주 미래차 국가산단과 대전 나노·반도체 국가산단은 이번 전략 사업의 선정으로 산단 조성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그린벨트 해제로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는 게 아니라 지역 중점 산업이나 지역 사회가 먹거리를 찾는 용도 등에 한정해서 그린벨트가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라 해제할 수 있는 것으로 하겠다가 (이번 발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난해에도 그린벨트를 무조건 없애겠다가 아니라 전체 총량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그린벨트 제도가 도입됐던 과거와 지금은 여건이 달라져 유연하게 적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그린벨트를 풀어 산업단지 등을 조성함으로써 지역 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토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모호한 지역 경제 활성화나 산단 조성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허용하고 국민 생활과 미래 세대를 위한 토지이용규제를 낡은 규제로 치부하면서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공공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환경등급 1~2등급 해제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지켜온 원칙을 무너트리는 것"이라며 "그린벨트 1·2등급지가 조정되면 대한민국의 그린벨트는 사실상 무너진다. 개발도상국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후진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