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현상과 군 인력난 등에 대응해 30년 넘게 동결된 군인 정년의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석기·박민섭 연구원은 국방논단 최근호 '한국군 정년제도 변화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제언'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우리 군의 정년제도는 1993년 군인사법 개정 이후 2023년 소령 정년연장을 제외하면 30년 넘게 동일한 정년연령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이 1993년 73세에서 2022년 83세로 10세가 증가하고 저출생에 따른 병역자원 부족까지 겹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사이에 초혼연령(첫 결혼 시점) 상승 등 전반적 생애주기도 크게 달라지면서 자녀 부양 등 생활비 지출이 대폭 늘어나는 시점에 퇴직해야 하는 게 군과 민간의 공통적 실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의 초혼연령은 1995년 28.4세에서 2020년 33.2세로 늦어졌고, 군은 같은 기간 26.1세에서 33.2세로 변화의 폭이 조금 더 컸다.
보고서는 또 군 장기복무의 이점 감소 및 중견간부 이탈률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정년연장은 현 시점에서 불가피하게 검토해야 할 주요 정책수단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연령이 아니라 능력만 될 경우 장기간 복무가 가능하도록 정년연령을 연장하는 것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장기복무지원은 물론 초임획득인력의 증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군인의 정년과 민간 및 공무원의 정년 간 격차가 커진 것도 군의 직업 안정성과 선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짚었다.
민간·공무원의 법정 정년은 2016년 60세로 의무화된 반면, 군인의 정년은 대령 56세, 중령 53세, 소령(단계적으로 50세까지 연장), 대위 43세, 준위 55세, 원사 55세, 상사 53세, 중사 45세의 계급정년제에 묶여있다.
반면 미군의 경우 모든 영관·위관급 장교와 부사관의 정년을 일괄적으로 62세로 설정하되, 우리와 비슷하게 몇차례 진급에서 탈락하면 전역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이밖에 독일(전체 간부 62세)과 호주(전체 간부 60세), 프랑스(대위 이상 59세), 일본(대령 58세) 등도 우리보다 전반적으로 정년 연령이 높았다.
보고서는 정년 연장의 긍정·부정적 영향에 대해 개인적 측면에선 직업 안정성과 만족도가 높아지는 반면 장기정체 및 상위 진급인원 감소로 복무 의욕이 저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직적 측면에선 인력난 완화와 간부 지원율 강화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인사적체에 따른 활력 저하와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의 명암이 예상됐다.
다만 군인연금 지출 부담과 관련해서는 전역 인원이 줄어드는 만큼 신규 발생하는 연금재정 소요가 감소하고, 전역 즉시 지급되는 군인연금 특성상 수령 기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