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잇따른 지게차 등 중장비 사망사고…안전 대책 시급

지난 17일 사상구 고철수거업체서 60대 굴삭기에 부딪혀 사망
앞서 지난 7일에는 강서구 공장서 지게차에 치인 30대 숨져
운전자가 지상에 있는 사람 발견 못한 경우 많아
신호수 배치, 작업구역 구분 등 기본 수칙 준수해야
운전자 시야 확보 신기술 개발…기업 도입 앞장서야

지난 7일 부산 강서구의 한 공장에서 작업자가 지게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최근 부산지역에서 지게차 등 중장비로 목숨을 잃는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사고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자가 지상에 있는 사람을 보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신호수 배치 등 안전수칙에 대한 관리감독과 시야 확보를 위한 기술 상용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17일 오후 4시 10분쯤 부산 사상구의 한 고철수거업체에서 A(60대·남)씨가 회전하던 굴삭기에 부딪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화물차에 적재된 고철을 내리던 작업자가 A씨를 보지 못한 채 굴삭기를 돌리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부산 강서구의 한 철강공장에서 후진하던 지게차에 30대 작업자가 치여 숨졌다. 당시 물건을 싣고 후진하던 지게차 운전자가 후미에서 용접작업을 하고 있던 작업자를 보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부산에서 중장비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전국적으로도 작업자가 중장비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충북 청주시의 한 공사현장에서 작업자가 굴삭기에 부딪쳐 숨졌고, 지난해 12월 23일 울산시 울주군의 한 선박기자재 업체에서는 50대 작업자가 후진하던 지게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작업현장뿐 아니라 학교와 같은 일상 공간에도 중장비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6월 부산대학교 교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학생이 교내 공사를 위해 이동 중이던 지게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중장비 사고의 대부분은 운전자가 지상에 있는 작업자나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부산대 지게차 운전자는 이동 중 지게차 구조물에 시야가 가려 횡단보도 위 학생이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 특성상 적재물이나 자체 구조물 등으로 전후방 시야가 가려질 경우 사각지대가 많아 사고 위험성이 매우 크다.

지난 17일 부산 사상구의 한 고철수거업체에서 굴삭기에 부딪힌 60대 작업자가 숨졌다. 부산경찰청 제공
 
이에 산업안전보건법은 지게차나 굴삭기 등 차량계 하역운반·건설 기계 사용 시 사고 방지를 위해 신호수를 배치하거나 작업자 출입을 통제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작업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7일 굴삭기 사고가 발생한 고철수거업체도 작업 시 신호수를 배치했어야 하지만 당시 현장에 신호수는 없었다. 지난해 12월 울산 선박기자재 업체 사고도 신호수 배치나 다른 작업자 출입통제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계는 신호수 배치와 작업 구역 분리와 같은 기본적인 안전 규칙만 준수해도 이 같은 중대재해는 줄어들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강기영 미조직전략조직국장은 "기본적으로 신호수 1명만 제대로 배치됐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들이 너무 많다"며 "운전자와 인근 작업자가 서로를 못 볼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 시야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알려주고 안전을 관리할 수 있는 별도 신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게차나 굴삭기 작업 현장에 대한 출입이 통제되지 않고, 중복돼 다른 작업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사고 위험이 상당히 높다"며 "중장비 작업과 무관한 사람일 경우 들어가지 않도록 통제하고, 또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신호수가 안전 관리를 할 수 있게끔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장에서 안전수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노동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 단속과 더불어 운전자 시야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게차 사고 예방을 위한 전방 주행 안전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특허 기술을 무료로 공개했다. 장애물 감지 센서 등이 설치되어 있어 장애물 근접 시 경보음이나 불빛이 켜지고, 모니터를 장착해 감지된 위치를 운전자가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된 만큼, 이후 작업 현장에 실제로 도입되고 상용화될 수 있도록 노동당국과 함께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 국장은 "기업은 이윤 최대화가 목표이지만,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체계를 먼저 만들도록 기업의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기업이 인건비를 더 들여서라도 신호수를 배치하고, 주행 안전시스템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바뀌도록 다방면적인 압박과 지원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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