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모녀의 이별을 그린 정기훈 감독의 데뷔작 ''애자''가 9월 둘째 주 극장가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장기흥행을 이어온 ''국가대표''를 밀치고 9일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애자''는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샘을 동시에 자극하며 ''올 가을, 첫 감동''의 포부를 달성할 태세다.
''애자''는 재능 많고 기가 센 29살 여자 애자(최강희)가 주인공인 영화. 소설가 지망생인 애자는 어린 시절 공부 싸움 글쓰기 등 다방면에 재능을 보였지만 서른을 코앞에 둔 지금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 어릴 적부터 오빠에게 특혜를 주던 엄마 영희(김영애)와는 만났다 하면 싸운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발병으로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간 애자는 ''''영원한 적수'''' 엄마와 티격태격하며 일과 연애, 가족관계 등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내며 결국에는 피할 수 없는 이별을 맞게 된다.
''''나한테 뭐 해준기 있다고 이래라 저래라 하노?'''' ''''요새는 딸을 웬수라 부르는가베'''' 등 ''애자''는 경상남도 부산을 무대로 무뚝뚝한 사투리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감독은 비록 ''''전라북도 전주''''가 고향이고 또 ''''남자''''지만 부산 특유의 지방색과 두 모녀의 소소한 일상을 제법 세밀하게 포착해낸다. 이는 극중 애자처럼 기가 센 부산여자와 한때 연애했던 감독의 경험과 무려 400쌍의 모녀를 인터뷰한 감독의 열정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봤다. 욕만 ''세게'' 하더라. 디테일 떨어진다며.(웃음) 애자처럼 글 썼던 친구다. 소설가를 꿈꿨던 전직 카피라이터로 지금은 다 때려치우고 학원 원장님으로 살고 있다.
# 애자 캐릭터만 보면 ''엽기적인 그녀''같은 느낌이 있다.
원래는 직접 들은 일화들이 매우 다채롭고 재밌어서 ''30대 초반의 엽기적인 그녀''를 콘셉트로 한 캐릭터 무비로 시작했다. 한 30대 여자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일과 연애, 가족관계 등을 다루고자 했다. 하지만 모녀의 이별에 드라마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그 친구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상당수 빠졌다. 지금은 몇 개의 신과 애자 캐릭터로만 존재한다.
# 어떤 부분이 친구의 흔적인가?
애자가 학창시절 가스통 때문에 선생께 오해받은 사건과 후반부 엄마와 컴퓨터로 채팅하는 장면 정도다. 지금은 내가 부모와 겪었던 일들을 여성의 입장으로 바꾼 게 더 많다.
# 아들은 보통 아버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나?
아버지와 매일 싸웠다. 그래서 초반부는 나와 아버지, 후반부는 엄마와 나의 모습에 가깝다. 엄마와는 워낙 친하다.(웃음)
# 드라마의 중심을 한 여성의 성장담에서 모녀의 이별로 옮긴 계기는?
# 수백 명의 모녀를 만났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딸하고 엄마하고 싸운 얘기밖에 안하더라(웃음). 모녀의 싸움은 특이하게도 서로 얼굴 보고 싸우질 않더라. 그래서 영화에서도 한명은 부엌에서 또 한명은 거실에서 각자 할 일 하면서 말다툼하는 걸로 연출했다.
# 부인 못하겠다. 엄마와 반나절 이상 같지 있지 못한다.(웃음)
또 싸움이란 원인이 있고 오해가 풀리면서 화해를 하는 게 순서인데 모녀지간은 어느 순간 싸우다가 별다른 계기도 없이 화해하더라. 극중 애자가 오빠 결혼식장에서 문제를 일으킨 다음 장면이 바로 두 모녀가 나란히 앉아 TV보는 장면이다. 그런 특징들을 반영한 장면이다.
# 극초반 애자와 엄마 영희의 싸움 신들이 흥미롭다. 같이 TV 보다가 결국 싸움이 커져 애자가 서울 올라간다며 짐을 싸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화장품을 집어넣자 엄마가 ''''그건 내꺼야''''라고 딴지 걸지만 이어 ''''김치 갖고 가''''라고 한다.
모녀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에피소드다. ''''김치 갖고 가''''라는 말에 순간 치밀던 화가 진정되면서 발걸음이 멈춰지더라고 했다. 그래서 영화에서 최강희의 표정을 잡을까도 고민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굳이 잡지 않아도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