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은 사령관에게 받은 지시가 불법이라 이행하지 않은 것처럼 의인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측 윤갑근 변호사)
"저는 의인도 아닙니다. 저는 1경비단장으로서 제 부하들의 지휘관입니다. 제가 아무리 거짓말해도 제 부하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일체 거짓말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성현 제1경비단장)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와 국회에 들어가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에 불리한 증언이 쏟아지자 대리인단은 공세를 폈지만, 재판부가 "맥락을 끊고 답을 강요하듯 질문하면 어떡하느냐"며 제지했다.
조 단장은 1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섰다. 헌재가 직권으로 채택한 증인인 그는 비상계엄 당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받은 구체적 지시를 증언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조 단장은 3일 오후 10시 45분경 조 단장은 사령부에 도착해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 상황이 있어 국회로 가야 한다"는 지시를 한 차례 받았다. 구체적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공포탄도 챙겼다. 조 단장은 "기본적으로 실상황에서 공포탄을 지참하지 않으나 당일은 공포탄을 휴대하도록 했다"고 증언했다. 1시간이 채 안 된 오후 11시 40분쯤 초동 조치 부대가 국회 본청에서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을 통제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보고를 했다고 한다.
이후 3일 밤에서 4일로 넘어가는 새벽, 12시 40분쯤 조 단장은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에 진입해 국회의원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명시적으로 받았다고 한다. "정확한 워딩이 '본청 안으로 들어가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였느냐"고 정형식 재판관이 묻자, 조 단장은 "그렇다"고 긍정하며 "내부로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였다고 답했다.
조 단장은 해당 임무를 받고 당황해 5~10분 뒤 이 전 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했다. 그는 "우리 할 수 있는 역할도 아니고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전사령관과 통화해 재검토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수방사 대원들에게 '끌어내라'는 지시를 전달하지도 않았고, 이 과정에서 '4명이 들어가 1명씩'이나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끄집어내라', '체포하라'는 단어를 들은 기억은 없다고 했다.
이후 이 전 사령관이 다시 조 단장에게 연락해 "너희는 들어갈 필요가 없다. 특전사가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했으니, 너희는 외부에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정 재판관이 '외부 지원'의 의미를 따져 묻자, 조 단장은 "내부에 들어간 특전사령부가 들어가 국회의원을 끌어내면 통로를 형성해 주거나 그런 역할"이라고 답했다. 조 단장은 다만 이 전 사령관의 지시가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의 지시였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같은 구체적 증언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조 단장 진술의 신빙성을 퇴색하기 위한 공세에 나섰다. 윤 대통령 측은 "사령관도 증인도 국회 못 가고 빙빙 도는 상황에서 (국회를) 통제하고, 끌어내라'는 지시가 맞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외부 지원' 지시를 조 단장이 확대 해석해 잘못 이해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주심 재판관인 정형식 재판관도 나섰다. 정 재판관은 조 단장의 조서를 화면에 띄우며 '답변을 강요하면 어쩌냐'고 공세에 맥을 끊었다. 재판관은 조 단장이 '외부 지원'이 뭐냐는 수사기관 질의에 한 답을 들며 "특전사가 국회의원을 끌고 나오면 국회 본청 입구를 사람들이 막고 있으니 그 길을 열어주라는 취지로 이해했다(라고 한다)"며 "전혀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이 아닌 것 같다. 맥락을 끊고 '외부에서 지원하는 의미는 뭐냐'며 답을 강요하듯이 질문하면 어떡하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조 단장이 '의인처럼 행동한다'며 비꼬자, 조 단장도 단호한 어조로 답했다. 그는 "저는 의인도 아닙니다"라며 "제가 아무리 거짓말해도 제 부하는 다 알고 있다. 일체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저는 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고 그때 했던 역할 진술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조태용 국가정보원장도 증인으로 나와 12·3 비상계엄 전후 상황에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말 있었던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비상한 조치' 등 계엄을 짐작할 만한 말은 들은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다. 해당 만찬에는 조 원장 외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김용현 전 국방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자리했다. 신 실장은 지난 7일 증인으로 나와 윤 대통령이 '비상한 조치'를 언급했고 자신과 조 원장이 우려를 표했다고 증언했었다. 조 원장은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언급하며 소위 '체포명단' 메모의 신빙성에 의문을 표하는 진술도 했다.
계엄 선포 당일 약 3시간 조지호 경찰장과 대통령 안가에 갔다는 김봉식 전 서울청장도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이날 삼청동 안가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전달받은 A4용지 1장 분량 문건에 대해 떠올렸다. 대통령도 함께였다고 한다. 김 전 청장은 "전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고, '2200 국회'는 앞에 있어서 기억난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은 추후 "계엄군 출동 장소로 인식했다"고 답했다. 그는 경찰이 언론사의 "단전·단수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변론 말미에 9차 변론기일 18일 오후 2시로 지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