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으로 '조기대선'을 금기시하는 여권이지만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헌 토론회에는 당 지도부 포함 의원 48명이 몰렸다.
당에서 띄운 '개헌' 이슈를 이어받으면서도 지자체장 경험을 십분 살린 '지방분권' 키워드를 선점해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세훈 "위기가 기회 되려면 반드시 개헌"
오 시장은 12일 국회도서관에서 서울시 주최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나라가 많이 어렵고 정국상황이 혼란스러워 국민들이 마음 둘 곳을 몰라 하신다"며, 헌법 개정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최선의 선택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라 살림'이 어려워진 일차적 원인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몇십 번씩 반복되는 탄핵, 특검(법 발의), 예산안 삭감 등"을 꼽으면서도, 그 바탕에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자리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게 전제돼 있다 보니,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대통령 견제를 명분으로 전대미문의 의회 폭거를 통해 (일면) 계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건 이제 많은 국민들이 알고 계신다"고 말했다.
토론회 하루 전 권 원내대표가 "왜 (계엄 같은) 비상조치가 내려졌는지(는) 한 번쯤 따져봐야 한다"며 계엄령의 발원지는 곧 민주당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과 상통한다.
또 오 시장은 "정국상황이 어려워진 이유가 '저쪽'에, (또는) '이쪽'에 있다 등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며 국민들이 얼마나 마음이 불안하고 아프시겠나"라며 현 사태에는 여야 공히 책임이 있다는 입장도 은연중에 강조했다.
원인 제공을 한 야당이나, 그렇다고 계엄이란 초유의 카드를 쓴 대통령이나 '도토리 키 재기'라는 시각이 깔린 발언이다.
따라서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지 못한 정치권이 이런 위기를 지혜롭게 활용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모습을 보여드릴 때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분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이 개헌을 현실화할 적기라는 '당론'에 힘을 실었다.
'지방분권' 역설한 서울시장…당內 존재감 과시도
차기 대권주자로 늘 거론되면서도 상대적으로 '화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오 시장은 지자체장으로서의 경험과 고민을 십분 녹인 '지방분권' 카드도 꺼냈다.
중앙집권적 구 체제로부터 벗어나려면 대통령제 개편(5년 단임제→4년 중임제 등)도 필요하지만, 실질적 지방자치 구현이 보다 본질적 대책이라는 자체 진단도 내놨다. 메가시티에 기반한 '5대 강소국 체제' 의제도 던졌다.
오 시장은 "(대통령제에 손을 대는 것보다) 대통령이 가진 것(권한)같이, 지자체별로 발전 전략을 짜고 재정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대통령제 폐해를 막고 의회 폭거도 줄일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 외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 4개의 초광역 지자체를 만들어 재정권 등 중앙정부의 권력을 과감히 넘겨주자고 했다. 세금을 어떻게 걷고 어디에 쓸지 등부터 경찰, 교육 등의 자치권 이양도 예시로 제시했다.
외교·안보·국방을 뺀 거의 모든 권한을 지방에 내려 보내면 책임총리제 등은 굳이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게 오 시장의 생각이다. 가깝게는 싱가포르, 멀게는 아일랜드 정도 규모의 (도시)국가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아, '신(新)성장 동력'으로 삼자고도 했다.
'수도권 블랙홀'로 지방소멸이 가시화된 가운데 서울시의 장(長)이 지방분권 개헌을 역설한 것은 그 자체로 다른 대선 주자들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 시장을 향한 야권의 견제구로 분석되는 '명태균 특검법'에도 적극 반박에 나섰다. 오 시장은 "그 질문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면서 "검찰에 수사를 촉구한다. 일개 범죄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정국을 좌지우지 할 수 있도록 놔두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오 시장의 절친을 자처한 권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를 포함해 여당 의원 절반에 가까운 48명이 참석했다. 의원들의 이같은 결집에 당내 유력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충분히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