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으로 알려진 타티야니 김 와일드베리스 창업자가 남편 블라디슬라프 바칼추크와 결국 이혼했다. 이들이 회사 문제로 다투는 과정에서 총격전까지 발생하는 등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11일(현지시간) MK 등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김은 자신의 텔레그램에 "법원이 이혼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전 남편 바칼추크도 텔레그램에 "난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로워"라는 러시아 가수 발레리 키펠로프의 노래를 올리며 이혼 소식을 알렸다.
고려인인 김은 육아 휴직 중이던 2004년 창업한 와일드베리스를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키운 이력을 갖고 있다. 그의 자산은 74억 달러(약 10조5천억)로 추정되며 지난해 러시아 포브스가 선정한 125명의 억만장자 중 22위에 올랐다. 여성 중에선 가장 높은 순위다.
그는 지난해 7월 바칼추크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김은 이혼 이유를 부부의 사적인 문제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이 부부가 합병 등 회사 운영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계기는 지난해 6월, 와일드베리스가 러시아 최대 옥외 광고업체 루스 아웃도어와 합병한다는 계획이 발표되고 바칼추크가 이를 반대하면서다.
갈등이 가라앉지 않자 지난해 9월 모스크바 크렘린궁 맞은편에 있는 와일드베리스 사옥에선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바칼추크가 협상하겠다며 건장한 남성들과 함께 사무실을 찾았다가 김이 고용한 경비원과 충돌했고 총격전으로까지 번진 것.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바칼추크는 이혼의 대가로 김에게 지분의 절반을 요구했다. 김이 2004년 자신의 자금으로 와일드베리스를 창업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와일드베리스의 지분은 김이 99%, 바칼추크가 1%를 보유하고 있다. 법원은 재산 분할에 대한 심리를 오는 18일 열 예정이다.
22년간 결혼을 유지한 김과 바칼추크 사이에는 7명의 자녀가 있다. 아이들은 모두 김이 양육하고 바칼추크는 면접교섭권을 유지하면서 양육비를 지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