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모수개혁' 기대에도 평행선 여전…진정성은 어디에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손쉽게 될 수 있다면 모수개혁부터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여야간 합의점을 찾나 싶던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도로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권 위원장의 '깜짝발언'을 두고 야당의 '선(先) 모수개혁론' 수용 의향이 있다는 의미라고 일각에선 풀이했다. 그러나 이내 "구조개혁을 뺀 모수개혁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도부 발언이 이어지면서, 양측의 평행선만 재확인된 모양새다.

'받는 돈' 입장 차 그대론데…"손쉬운 모수개혁부터"?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당은 최근 연금개혁 방향 관련 당론이 바뀐 게 아니냐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았다.

그간 국민의힘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는데, 지난 6일 "모수개혁이 손쉽게 된다면 모수개혁을 먼저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권 비대위원장의 발언이 전향적 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권 위원장은 취임 한 달을 맞아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우선 급한 보험료율 13%부터 확정하고, 소득대체율도 가급적 빨리 결정해야 한다"며 "그 다음에 본격적인 구조개혁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발언("연금개혁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에 담긴 야당의 '선(先) 모수개혁, 후(後) 구조개혁' 주장을 여당이 사실상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정치권 전반에서 나왔다.
 
같은 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모수개혁이야말로 빨리 정확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연금개혁은 2월이 골든타임"(정호원 대변인)이라며 환영한 것도 여기에 기인한 것이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진공상태에 가까웠던 연금개혁 논의가 권 비대위원장의 결단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러한 예상은 오래 가지 못했다. 여당 지도부가 하루 만에 자신들의 입장은 야당과는 다르다고 다시 선을 그은 탓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대로 구조개혁을 빼고 자동안정장치도 없이 소득대체율을 44%까지 올리는 모수개혁만 한다면, 고작 7~8년 재정 고갈을 늦출 뿐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구조개혁 없는 연금개혁'을 '내란죄 없는 탄핵(소추)'과 동격으로 놓으며, "핵심을 빼놓은 이재명 세력의 국민 기만극"이라고도 수위 높게 비난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직전 21대 국회 당시 임기 막판까지 격론을 벌였음에도 합의안 도출이 최종 무산된 사유가 이른바 '받는 돈'(소득대체율) 관련 이견이었음을 감안하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 또한 사고 있다.

여야는 이미 지난 국회 때도 보험료율을 기존 9%에서 13%로 올리자는 데는 동의한 탓이다. 그럼에도 권 위원장이 이제 와 시급성을 이유로 "보험료율부터 확정하자"고 말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모수개혁 완수 의지가 '있다'면서도 여전히 간극을 보이고 있는 소득대체율 격차도 문제다. 민주당은 44%는 보장해야 노후 소득을 담보하는 연금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당정은 42%를 밀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도 여당의 절충안(44%)을 야당이 전격 수용하며 가까스로 결론이 나는 듯했으나, 여당이 기초-국민연금 통합 등 구조개혁을 전제조건으로 걸며 결국 불발됐다. 21대 국회와 똑 닮은 꼴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번에는 말로만 '하자'고 하고 뒤로는 실질적으로 발목을 잡는 '산당' 행태를 보이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쳇바퀴 돌듯 기존 입장만 반복하는 與野…진정성은 어디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민생대책 점검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훈 정책위의장, 권성동 원내대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연합뉴스

연금개혁에 대한 여야의 의지는 논의테이블을 서로 전혀 양보하고 있지 않다는 데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19대 (국회) 때 공무원연금과 21대 연금개혁 (논의) 등 한 번도 특위를 구성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며 "연금 자체가 여러 이해관계 당사자가 있을 수 있고 여러 부처에 연관된 의제이기 때문"에 국회 연금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박주민 복지위원장이 계속 (상임위 처리를) 주장한다고 하는데 복지위 소위에서만 결론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며 "오죽하면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특위 구성을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만일 야당 뜻대로 개혁방안을 소관 상임위인 복지위에서 논의하려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각각 별도 소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어려울 것이 없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하는 한편, "기초·직역·퇴직연금 등 많은 부분이 연금개혁에 걸려 있다. 이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자는 기획재정부"라며 거론된 쟁점 이외의 부분도 언급했다.
 
야당도 소득대체율에서 접점만 찾으면 복지위에서도 충분히 이달 내에 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모수개혁은 국민연금법만 갖고도 할 수 있다. 법안 제출이 (이미) 많이 된 상태"라며 "(관련법 개정은) 특위가 만들어져 법 처리가 위임되기 전까지 당연히 복지위의 권한과 의무"라고 못박았다. 구조개혁은 특위에서 이어가더라도, 막바지까지 온 모수개혁을 굳이 이월할 필요가 있냐는 취지다.

이같은 주장을 토대로 모수개혁 관련 수치나 논의 방식 등과 관련해, 협상 공간을 내어주지 않는 양상이다.

여당은 '특위 위원장'을 넘길 의지를 비췄음에도 야당이 무조건 비토만 한다고 토로하나, 야당은 "특위 세부구성을 논의할 시간에 그냥 모수개혁을 하면 된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양측이 상대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한 기싸움에만 몰두한 나머지 개혁의 필요성은 잊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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