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의 점유율 1위 경쟁이 본격화했다.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총보수를 사실상 마지노선까지 인하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총보수 인하로 출혈경쟁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수익 다각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날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 등 2종의 총보수를 기존 연 0.07%에서 0.0068%로 인하했다. 이는 국내 상장 ETF 중 최저 총보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 대표지수 ETF에 대한 투자자의 높은 성원에 보답하고 나아가 미국 주식 투자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총보수 인하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는 총보수율 0.0068%가 미국 지수 추종 ETF 운용을 위한 최저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 총보수율은 엔비디아와 애플 등 지수를 구성하는 모든 종목을 운용하는 제반 비용밖에 안 된다"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사실상 수익을 포기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 제시한 '비전'에 따라 ETF 시장 1위 도전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최근 미래에셋 계열 국내외 임직원에게 "ETF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투자자를 위한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실상 ETF 시장 1위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미국 지수 추종 ETF'다. 미국 지수 추종 ETF는 'TIGER'라는 브랜드와 함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업계 2위로 성장한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2020년까지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가 50% 넘는 점유율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서학개미운동'으로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가 폭발적으로 확대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 주식시장 ETF 상품에 초점을 두고 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로 개인 투자금이 쏠렸다.
이에 따라 ETF 시장 점유율은(순자산총액 기준) 삼성자산운용 37.89%, 미래에셋자산운용 35.78% 등 '2강 구도'가 됐다. 불과 2%p 차이로 좁혀진 1위를 넘어서기 위한 승부수로 성장의 원동력이 된 '미국 지수 추종 ETF'를 선택한 셈이다.
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지난해 말 ETF 시장 규모는 173조 2천억원으로 1년 만에 43% 성장했다. 2020년 52조원에서 3배 넘게 커졌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즉 공격적으로 총보수를 인하해도 점유율을 더 끌어올리면 실적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의 총보수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 선점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수익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가 전반적으로 총보수를 내리면, 먼저 인하한 선점 효과가 사라진다"면서 "결국 총보수 인하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식거래 수수료가 수익에 전부였던 증권사들도 한때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였지만, 수익 루트를 다양화하면서 현재는 주식거래 수수료를 사실상 0% 수준으로 낮추면서도 꾸준한 실적을 낼 수 있게 됐다"면서 "현재 총보수가 수익의 대부분인 자산운용업계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전날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발전을 위한 토론회 후 취재진과 만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총보수 인하와 관련, "소비자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질적 성장을 간과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단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질적 경쟁이 결여된 채 시장이 혼탁해지지 않도록 업계와 소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