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용 담배와 일반 담배의 막대한 가격차를 이용해 수출용 면세담배를 중간에서 빼돌려 면세표시를 지운 뒤 이를 정가보다 싼 값에 시중에 유통시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대와 부산세관의 합동조사로 적발된 공급총책 이모(48)씨는 선용품 공급업체의 실소유주로,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필리핀에 면세용 담배 75만 갑을 수출하겠다고 관세청에 신고를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담배를 수출할 경우 확보한 물량을 수출 이틀 전까지만 보세창고에 보관하면 된다는 규정을 악용해 KT&G에서 수출용으로 구입한 담배를 중간에 일부 빼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비는 담배상자는 필리핀으로 가는 다른 물품으로 채워 눈속임을 했다. 이 씨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이런 식으로 빼돌린 담배는 11만 갑, 시가 2억7천5백만 원에 달했다.
이렇게 빼돌려진 담배는 다시 유통총책 김모(55)씨가 부산 모 아파트 지하창고에 만들어놓은 작업공장으로 한 보루(에쎄 라이트 기준)당 8천 원에 공급됐다.
◈ 담배 옆면 면세표시 스티커로 가려 일반담배 둔갑
김 씨 등 유통책들은 지하공장에서 담배 옆면에 새겨져 있는 면세(DUTY FREE)표시 위에 일반 담배 옆면의 표시를 본 뜬 스티커를 붙여 일반 담배로 둔갑시켰다.
부산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대 정석모 대장은 "칼로 비닐 일부를 잘라내고 스티커를 밀어넣어 부착시키는 정교한 작업이 동원됐고, 담배 보루에 찍힌 면세표시는 알콜로 지워 일반인이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지하 공장에서 일반 담배로 둔갑한 면세 담배는 부산 국제시장이나 주류판매업체, 담배대리점 등으로 보루 당 1만1천 원에 공급돼 일반인에게는 보통 1만3천 원에 판매됐다.
에쎄 라이트 한 보루의 소비자 가격이 2만5천 원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가량의 가격에 유통된 셈. 면세담배를 불법유통시켜 이들이 포탈한 세금규모만 1억7천만 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국제범죄수사대는 공급책 이 씨와, 유통총책 김 씨 등 면세담배 유통과 공급에 관여한 11명을 붙잡아 이 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면세담배를 빼돌리는 과정에서 관세사나 보세창고 관계자 등의 묵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부산세관과 공조해 면세담배 수출업체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